'타율 최하위'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37)이 10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타수 4안타(2홈런) 3타점의 맹활약을 펼쳐 취재진과 수훈 선수 인터뷰를 가졌다. 오재일은 "인터뷰가 오랜만이네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마침 팀 동료 강민호가 옆을 지나가면서 오재일에게 "입금해"라고 한 마디 툭 던졌다.
사연은 이랬다.
오재일은 전날까지 타율 0.172로 극심한 부진을 겪는 중이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타율 최하위였다. 리그에서 1할대 타자는 오재일과 SSG 랜더스 한유섬(타율 0.179) 두 명 뿐이었다.
오재일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 유형이나 이처럼 슬럼프가 길게 간 적도 없었다.
누구보다 오재일이 가장 답답했다. 10일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타격 훈련을 마치고, 실내 연습장에서 추가로 개인 훈련을 했다.
강민호가 실내 연습장을 찾았다가 오재일을 발견했다. 같은 베테랑으로서 후배의 마음고생을 이해한 강민호가 훈련 도우미를 자청했다.
오재일은 "잠깐 5분, 아니 3분 정도 토스 배팅 훈련을 도와줬다"고 귀띔했다.
이날 훈련 효과 덕분인지 오재일의 방망이가 모처럼 폭발했다.
1-0으로 앞선 1회 말 1타점 2루타를 터뜨린 오재일은 3-2로 쫓긴 5회 솔로 홈런(시즌 6호)을 때려냈다. 이어 5-3으로 쫓긴 6회에는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뽑았다. 오재일이 연타석 홈런을 날린 건 630일 만이다.
오재일은 8회 무사 1루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오재일의 시즌 타율은 0.190으로 올라, 2할대 타율 진입을 눈앞에 뒀다.
오재일은 "첫 홈런 뒤에 (강)민호 형이 본인 덕분이라고 하더라. 두 번째 홈런 뒤에 '입금해'라고 했다"고 웃었다.
인터뷰 도중 강민호가 다시 한번 자신의 옆을 지나가자 오재일은 일부러 들으라고 "민호 형 덕에 200홈런을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에 더 열심히 운동했다"며 "감독님이 계속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며 기회를 주셨다. 믿음에 빨리 보답하기 위해 중심타자 역할을 잘 해야한다"고 부활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