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이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맨시티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안기면서 사상 최초로 두 차례 ‘트레블(리그·FA컵·UCL 우승)’을 달성한 사령탑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한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열린 UCL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꺾고 유럽 챔피언이 됐다. 맨시티는 후반 23분 로드리의 정교한 인사이드 슈팅으로 앞서갔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리드를 지키며 ‘빅이어(UCL 우승컵)’를 품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새 기록이 쏟아졌다. 맨시티는 1894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UCL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제패한 맨시티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이번 결승전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를 이끈 413번째 경기였는데, 300승을 달성했다. 아울러 2008~09시즌 FC바르셀로나를 이끌고 트레블을 달성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 역사상 최초 ‘트레블 2회’를 이룬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2016년 7월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6시즌 간 EPL 우승만 5회를 안겼다. 그러나 늘 우승 후보로 꼽히던 UCL에서 거듭 쓴잔을 들며 ‘저평가’ 받는 일이 잦았다. 그간 과르디올라 감독의 ‘오버 씽킹(Over Thinking, 생각 과잉)’이 UCL 우승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됐다. UCL에 약하다는 그동안의 평가를 의식했던 탓인지 승부처에 전술을 바꿨던 게 패착이 됐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일체 흔들림 없이 순항했다. 고비였던 레알 마드리드와 준결승에서도 1·2차전 합계 5-1로 완승하며 세간의 우려를 지웠다.
맨시티에서의 UCL 우승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축구 사령탑계 ‘GOAT(Greatest Of All Times)’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를 거치며 총 35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감독계 으뜸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우승(38회) 기록을 바투 추격 중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커리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퍼거슨 전 감독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세계 최고의 리그이자 경쟁이 가장 치열한 EPL에서 독주 체제를 꾸렸다. 특유의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인 축구, 끊임없는 포지셔닝, 전방 압박 등 확실한 색채를 맨시티에 입혀 성과를 냈다. 축구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령탑으로 꼽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바르셀로나) 독일(뮌헨)을 거쳐 잉글랜드에서도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축구 스타일이 다른 여러 국가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것도 높이 평가받는 요소다. 아울러 현역 감독임에도 ‘전설’들과 늘 함께 거론되는 배경이다.
맨시티에서 꿈에 그리던 UCL 우승을 이룬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람들은 EPL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EPL 5회 우승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지난 여섯 시즌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은 믿을 수 없다. UCL뿐만 아니라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