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성격도 기량도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롯데 자이언츠 2년 차 투수 진승현(20)은 "아버지의 세리머니를 꼭 한 번 따라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진승현의 아버지는 국가대표 포수 출신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다.
진승현은 지난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 나균안에 이어 5-1로 앞선 8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롯데는 지난 6~8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구승민과 김원중이 3연투를 한 탓에 필승조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진승현은 9회까지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투구 수 23개)으로 깔끔하게 막고 롯데의 4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진승현은 경기를 매조진 뒤 포수 유강남과 함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펴 하늘을 찌르는 동작을 취했다. 아버지가 '끝판대장' 오승환(삼성)과 호흡을 맞춰 펼친 승리의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이다. 둘의 세리머니는 삼성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다.
진승현은 자기 손으로 직접 경기를 끝내자 아버지의 세리머니가 떠올랐다. 진승현은 긴장한 내색 전혀 없이 웃는 얼굴로 유강남에게 "선배님, 아버지의 세리머니를 같이 한번 하시죠"라고 제안했다. 아버지를 닯은 강심장과 대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강남은 너털웃음을 지은 뒤 세리머리에 맞장구쳤다. 진승현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한 세리머니를 봤다. 그래서 따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반응은 어땠을까. 진승현은 아버지의 말투를 따라 하며 "'세리머니 죽이네'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삼성에서 오래 뛴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구에서 나고 자란 진승현은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했다. 본리초와 협성경복중, 경북고를 거쳐 최고 시속 140㎞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의 외모를 빼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진승현은 성격과 야구 실력까지 물려받았다. 진승현은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4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최근에는 반대편 더그아웃에 위치한 아버지의 앞에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지난 4일 KIA전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진승현은 "아버지와 하루에 한 번 정도 통화한다. 내가 등판한 날에는 거의 연락을 주신다"며 "내게 쓴소리하시진 않는다. 부산 사나이답게 '잘했다'는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2개, 볼넷 1개로 3실점했다. 진승현은 경기 뒤 "아버지가 '피하지 말고 더 자신 있게 승부하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군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진승현은 올 시즌 10일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는 등 한층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7.00개에서 올 시즌 1.23개로 낮아졌다.
서튼 감독은 "진승현이 등판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감도 커지는 모습"이라며 흡족해했다. 진승현은 "아프지 않고 계속 1군에 남아 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