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중량급 기대주 서건우가 올림픽 랭킹 1위를 꺾고 올해 첫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서건우(한국체대, 2학년)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1차 대회’ 마지막 날 남자 -80kg급 준결승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요르단의 엘샤라바티 살레(24)에게 라운드 점수 2-1로 일격을 당해 우승 도전 기회를 놓쳤다.
1회전에서 선취점을 얻은 서건우는 자신감 넘치는 공격을 퍼부었으나 기습적인 머리 공격을 연거푸 실점해 13대16으로 졌다. 2회전 2분 내내 난타 공방을 펼친 끝에 11대9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역전을 기대했던 3회전에서는 몸통 공격을 연이어 허용하고 반격의 동력을 잃으면서 6대16으로 무릎 꿇었다.
다만 최대 승부처였던 8강 이탈리아 시모네 알레시오를 꺾은 것이 큰 성과다. 시모네는 현재 이 체급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1위이자 지난해 월드 그랑프리 시리즈 1차(로마), 2차(파리), 파이널(리야드)을 휩쓴 절대 강자다.
역대 두 번 맞붙어 1승1패를 기록 중인 가운데 서건우는 이날 끈질긴 승부욕과 전략적인 경기 운영으로 시모네를 혼란에 빠뜨리며 라운드 점수 2-1(6-3, 3-5, 14-13)로 꺾었다.
이번 로마 그랑프리에서 최고의 명승부 중 한 경기를 펼쳐 보였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고 나선 2미터 장신의 실력파 시모네를 상대로 1회전부터 근접전 전략에 결정적인 순간 주특기인 뒷차기를 결정타로 승부했다.
1회전을 6대3으로 제압한 서건우는 2회전 2대2 우세패로 쫓기던 중 종료 직전 머리 공격을 허용해 3대5로 내줬다. 마지막 3회전 몸통과 뒤차기 콤비네이션으로 대량 득점을 앞세워 종료 직전까지 불꽃 튀는 공방 끝에 14대13 한 점 차로 극적으로 이겼다.
16강전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를 놓고 국내와 국제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숙명의 라이벌이자 한국체대 3년 선배인 박우혁(삼성에스원, 23)을 라운드 점수 2-1(6-9, 17-17 우세승, 17-12)로 역전승했다.
1회전을 6대9로 내준 서건우는 2회전 특기 발차기 중 하나인 돌개차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17대17 우세로 이겼다. 마지막 3회전 연타 몸통 공격을 앞세워 17대12로 제압했다.
올해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과 우시 그랜드슬램에서 잇달아 박우혁에서 패한 서건우는 올림픽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에서 최근 패배를 설욕했다. 근소한 점수 차이로 경쟁 중 서건우가 이기면서 우위에 서게 됐다.
시상식 후 서건우는 “오늘 되게 행복하긴 한데, 아직은 부족함이 느껴져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준결승에서는 상대의 단점을 알면서도 내가 오히려 당했다”라고 평가하며, 시모네와 박우혁을 상대로 이긴 것에 대해서는 “너무 행복하다. 그 이유가 이긴 것도 있지만, 실력이 늘었다는 게 조금씩 느껴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서건우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제무대에서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WT가 올림픽 랭킹 중하위권 선수들에게도 그랑프리 출전 기회를 주고자 지난해 6월 신설한 무주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챌린지 우승으로 맨체스터 그랑프리 출전권을 얻은 서건우는 박우혁과 시모네 등 세계 강호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으로 리야드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초청돼 강한 승부욕으로 결승에 진출해 시몬에게 아쉽게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서건우를 제치고 결승에 오른 엘샤라바티 살레는 이란의 바코다리 메흐란(24)을 라운드 점수 2-1로 역전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날 출전한 여자 -49kg급 강보라와 강미르 자매(이상 영천시청)는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 체급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인 태국 파니팍 웡파타나낏(27)이 랭킹 2위 스페인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 아드리아나(19)를 꺾고 개인 통산 그랑프리 10회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선수단은 올해 첫 그랑프리 시리즈인 로마에서 남자 -58kg급 장준(한국가스공사, 23)과 -80kg급 서건우, 여자 -57kg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 23) 등 동메달 3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