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침체에 허덕였던 TV 시장에 모처럼 꽃바람이 불고 있다. 2분기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가전 투톱이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은 수요 회복으로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LCD TV 출하량은 4320만대로 관측된다. 지난해 4분기 5800만대에서 지난 1분기 4290만대로 급감했다가 다시 상승세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어 3분기 5030만대, 4분기 6240만대로 가파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V 세트업체들의 유통 재고 건전화가 5개월 이상 지속하는 가운데 신제품 중심의 수요 회복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라인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량도 올해 1분기 120만대에서 2분기 140만대, 3분기 160만대, 4분기 24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가전 투톱의 실적에서 미리 감지됐다.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은 지난해 4분기의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전과 달리 고가 제품의 판매에 주력한 성과다. 같은 시기 LG전자 HE(홈엔터)사업본부도 3개 분기 연속 적자 터널을 지나 영업이익률 6.0%를 찍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부재한 것이 아쉽지만 두 회사는 화질 경쟁력과 라이프스타일 신제품을 앞세워 코로나19 이전으로 시장을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전자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테크 세미나를 열어 TV 신기술을 과시했다. 현지 주요 미디어와 거래선 등 150여 명을 초청해 2023년형 '네오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8K'와 98형 QLED, OLED, 게이밍 모니터 등을 소개했다. 지난달에는 인도 방갈로르의 삼성 오페라 하우스에서 신제품 행사를 열기도 했다.
LG전자는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했다. 미국·영국·네덜란드·스웨덴 등에 위치한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모오이 매장에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진열을 확대하고 있다.
연내 40여 개국 출시를 목표로 하는 포제는 OLED의 선명한 화질을 보장하면서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TV 후면이 U자 형태로, 책을 꽂거나 엽서·사진 등 소품을 배치할 수 있다.
최근 캠핑장 등에 들고 다니면서 케이블 없이 최장 3시간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고'를 내놓으며 라이프스타일 라인업을 확장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글로벌 대형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률은 올해 1분기 69%, 2분기 77%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8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하반기부터 TV 세트업체와 LCD 패널업체들은 LCD 패널 가격 상승과 유통 재고 건전화로 점진적 수익성 개선 추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