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가 월 1회 금요일 휴무(놀금) 제도를 속속 도입하자 '주 4일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현행 제도는 근무 일수 단축과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선진 사례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직원이 월 필수 근무 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쉬는 '월중 휴무'를 시행한다.
금요일인 오는 23일 생산직군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출근을 해도 무방하지만, 다른 날 대신 쉴 수는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도가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복리 후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향후 주 4일제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급날 주 금요일에 출근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라며 "주 4일제는 계획도 검토한 바도 전혀 없다"고 했다. 유연한 근무 문화의 확대를 바라는 직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하는 환경 혁신에 더 과감하게 나섰던 곳은 카카오다.
지난해 7월 격주 놀금 시행을 발표하며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겪은 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 3월 월 1회로 놀금을 축소했다.
SK텔레콤은 4년 전 일찌감치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전 구성원이 쉬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 4일제는 '꿈의 복지'로 꼽힌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작년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희망 사내 복지를 물었더니 주 4일제가 23.4%로 1위를 차지했다.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가 각각 7.3%, 7.1%로 뒤를 이었다.
이미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실험이 한창이다. 직장인의 '번아웃'(극도로 지침)은 해소되고 회사의 운영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1개 회사 2900여 명의 근로자와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했다. 100%의 생산성을 80%의 근무 시간으로 채우고 100%의 급여를 받는 '100-80-100' 모델을 적용했다.
그 결과 92%의 기업이 주 4일제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직원 90%는 주 4일제를 지속하기를 희망했으며, 55%는 업무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벨기에는 EU(유럽연합)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주 4일제를 법으로 보장했다. 2022년 11월 공식적으로 발효했으며, 근로자의 임금은 전과 동일하게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고용주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때 서면으로 근로자의 근무 시간 단축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