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화합의 장이 그라운드가 아닌 필드에서 펼쳐졌다. 월드컵 16강에 이은 김은중호의 4강 신화 등 한국축구 겹경사 분위기와 맞물려 대회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KFA)·프로축구연맹·울산 현대·전북 현대가 주최하고 일간스포츠·스포츠조선·스포츠경향·스포츠동아·스포츠서울·스포츠월드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후원하는 2023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13일 강원도 원주 오크힐스CC에서 개최됐다. 지난 2019년 6회 대회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하다 4년 만에 다시 마련된 축구인 화합과 우정의 무대였다.
특히 한국축구는 지난해 A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20세 이하(U-20) 대표팀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내며 큰 감동을 안겼다. 한국축구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평가 속 재개된 축구인 골프대회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다.
참가자들의 화두도 한국축구 미래들이 일궈낸 U-20 월드컵 4강 성과였다. 4년 전 준우승 신화를 썼던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에겐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정 감독은 “이강인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는데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4년 전보다 이번 대표팀이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이번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앞으로도 소속팀에서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K4리그 등 어린 자원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적극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진섭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U-20 월드컵에 2회 연속 4강 성과는 결국 U-22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성적이 났다고 생각한다. 해당 연령대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유망주들의 기용을 촉진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몽규 KFA 회장은 “감독들이 어린 선수들을 더 써도 된다.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U-20 4강 세대들이 대회가 끝난 뒤에도 꾸준한 출전을 바랐다.
정오를 넘겨 본격적으로 시작된 골프대회는 K리그나 국가대표 전·현 감독들을 비롯해 행정가, 언론사 임직원, 전·현직 선수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 4명씩 한 조를 꾸려 코스를 돌아 최종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경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각 홀을 돌았다. 같은 조에 속한 동료들에겐 ‘굿샷’ 외침이 연이어 울려 퍼졌고,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오는 24일 ‘맞대결’이 예정된 이기형 성남FC 감독과 이영민 부천FC 감독은 한 조에 속해 미리 맞대결을 펼쳤다. 이기형 감독이 “이영민 감독이 다음 맞대결에 벤치에 앉을 수 없도록 맞혀버릴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자, 이영민 감독은 “내가 (코로나 확진으로) 벤치에 앉지 못했던 경기에서 우리 팀이 이겼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박진섭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축구인 골프대회를 통해 다시 마련된 화합의 장을 반겼다. 그는 “오랜만에 뵙는 분들도, 선배님들도 계신다. 다들 오랜만에 뵈니 반갑다. 더 자주 인사를 드려야 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한편 숨겨진 홀에 핸디캡을 부과하는 신페리오 방식으로 가린 우승자는 박주영(울산·71.8타)이 차지했다. 2위 이기형 성남 감독(72타) 3위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72.2타)을 제쳤다.
최저 타수를 기록한 사람에게 주는 메달리스트상은 김기동 포항 감독(2언더파 70타)이 받았다. 김 감독의 메달리스트상 수상은 역대 4번째다. 롱기스트상은 246m를 기록한 이민성 감독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