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32)은 지난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 3이닝 5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벌써 5패째다.
화근은 볼넷이었다. 1회 초 김민혁-김상수-앤서니 알포드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박종훈은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1-4이던 2회 초 2사 3루에서 김상수에게 적시타를 내준 그는 후속 알포드와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장성우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허용했다.
3회 초 선두타자 박경수에게 이날 6번째 볼넷을 내준 박종훈은 1-8로 뒤진 4회 초 교체됐다. 올 시즌 11차례 선발 등판한 그는 고작 1승만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6.20. 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35명 중 34번째다.
문제는 영점 조준이다. 이전에도 제구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6.37개로 더 악화했다. 개인 통산 기록(4.19개)을 크게 상회한다. 이닝당 투구 수도 19.1개로 늘어났다.
박종훈은 KBO리그 투수 중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다. 거의 지면에 손이 닿을 정도로 낮은 지점에서 공을 던진다. 박종훈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릴리스 포인트는 지면에서 5㎝ 정도다. 타자 입장에선 공을 보기가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올 시즌 박종훈의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졌다. 팔꿈치 수술의 여파도 있고, 기본적으로 낮은 자세는 허리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나이가 들면 오버핸드 투수는 팔이 아래로, 언더핸드 투수는 위로 올라온다. 그게 편한 자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훈은 "낮게 던질수록 좌우로 공이 빠질 각도가 작아져 제구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더 낮게 던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제구 고민을 풀지 못하고 있다. 1회 실점률이 특히 높다. 투구 동작이 큰 언더핸드 투수여서 도루 허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제구 난조가 도루 허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박종훈은 2017~2020년 4시즌 연속 규정이닝을 달성했다. 2021년 6월 팔꿈치 수술 후 구단과 5년 총 65억원의 비FA(프리에이전트) 다년계약을 했다. 그만큼 구단의 기대가 크지만, 지난해에도 복귀 후 11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다. 김원형 감독은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