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주>
“당시 한국영화는 한석규 씨가 나오는 영화, 나오지 않는 영화 두 가지로 나뉘었다.”
최근 배우 전도연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한 말이다. 한석규는 1990년대 중 후반 한국 영화를 주름잡는 대표 배우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 작품선택 능력도 탁월한 그는 사극, 로맨틱 코미디, 누아르, 멜로 등 연기 스펙트럼도 넓어 맡아본 역할도 다양하다.
사실 한석규는 드라마를 통해 먼저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990년 KBS 공채 성우로 데뷔한 그는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1992), ‘파일럿’(1993), ‘서울의 달’(1994)까지 히트를 치며 흥행의 보증수표가 됐다.
그랬던 그가 MBC 미니시리즈 ‘호텔’을 끝으로, 몇 년간 매체에 보이지 않다가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16년 만에 안박극장으로 복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한석규는 극 중 다혈질 적이고 급한 성격을 지닌 ‘세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S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인생 최초로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세종의 옷을 입은 한석규의 입에서 “X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대사가 나온 장면은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이어 한석규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한석규는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 김사부 역을 맡아 2016년 방송된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열연을 펼쳤다. 시즌1과 시즌2(2020)의 최고 시청률은 각각 27.6%와 27.1%. 그는 환자라면 무조건 살리고 보는 ‘낭만’ 있는 의사를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잘 그려냈고, 2016년 SBS 연기대상에서 ‘뿌리 깊은 나무’ 이후 다시 한번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시즌3의 최고 시청률은 14.9%로 전작보다 비교적 낮은 수치지만, 시즌3까지 기존 팬층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누가 뭐래도 ‘한석규’다. ‘낭만닥터’ 제작진은 “한석규 없이는 ‘낭만닥터 김사부’도 없었다.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자 중심이다”라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그게 뭐요? 어쨌든 환자잖아요” “힘들어? 그럼 잘하고 있는 거야” 등의 명대사를 남긴 한석규는 드라마 제목처럼 ‘낭만’ 그 자체였다. 조금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자신의 환자라면 일단 살리고 보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성격이 왠지 모르게 카타르 시스를 안겨줬다.
이미 한석규가 김사부고, 김사부가 한석규다. 그의 호불호 없는 연기력과 노련미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한층 견고하게 해 실제로 그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8일 ‘낭만닥터 김사부 3’가 긴 대장정을 마친다. 의사 가운을 벗어던진 한석규가 다음엔 어떤 옷을 입고 대중앞에 설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