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다. 후반 이강인이 측면 돌파 후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손흥민(31·토트넘)이 없는 페루전, 시선은 이강인(22·마요르카)에게 향한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은 캡틴 손흥민이 결국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페루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휴식을 취한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페루전 선발 제외를 공식화했다. 그는 “손흥민은 매일매일 좋아지고 있지만, 페루전엔 벤치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을 마친 뒤 가벼운 스포츠 탈장 증세로 수술을 받고 귀국했다. 2주 이상 회복 기간을 거쳤고, 대표팀 훈련에 참여했지만 100% 컨디션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지난 14일 훈련에도 자체 청백전과 세트피스 훈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의 선발 제외 사실을 직접 밝혔다. 교체로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클린스만호엔 또 다른 악재다. 이미 김민재(나폴리)가 기초군사훈련으로, 김영권(울산 현대)은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해 수비진에 누수가 심각한 상황. 여기에 정신적 지주이자 에이스인 손흥민마저 없이 페루전을 치르는 상황이다. 출범 첫 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에 변수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콜롬비아·우루과이와 2연전에 손흥민을 ‘프리롤’로 활용해 호평을 받았다. 주로 왼쪽 측면에 포진하던 손흥민을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뛸 수 있도록 했다. 자유롭게 전방을 누빌 수 있게 된 손흥민은 공간 침투와 슈팅, 날카로운 패스 등을 통해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프리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찾아낸 새로운 활용법이었다. 그가 빠지게 되자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다. 전반 손흥민이 프리킥을 차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으로 파격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결국 손흥민의 역할을 이어받을 선수를 찾아야 한다. 2선 중앙에 포진해 공격을 진두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후보 중 도드라지는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주로 측면에 배치됐지만, 사실상 프리롤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방이나 측면 등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하고, 직접 드리블 돌파나 슈팅 등을 통해 상대 골문을 노렸다. 2선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강인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더구나 공격 자원 중 컨디션이 가장 좋다. 그는 마요르카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6골·6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빅클럽 이적설이 돌았고, 최근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 이적이 임박했다는 현지 소식마저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강인의 재능과 실력을 높게 평가하며 중용 의사를 확실하게 내비쳤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하진 않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첫 A매치 2연전부터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콜롬비아전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이강인이었고, 두 번째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엔 아예 선발 라인업에 그를 포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다. 전반 이강인이 측면돌파를 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첫 선발로 나선 우루과이전에서는 손흥민의 프리롤과 맞물려 오른쪽 측면에 포진했다. 이강인은 측면에서 볼 배급 역할을 맡았고, 적극적으로 슈팅도 시도하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전방을 향한 날카로운 크로스 등도 선보이면서 A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만약 이번엔 중앙에 배치돼 프리롤 역할을 맡으면 재능을 발휘할 장면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측면이나 전방에 포진할 공격진들이 많다는 점도 이강인이 손흥민 자리로 이동해 공격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큰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부상으로 빠졌던 황희찬(울버햄프턴)은 이번 경기를 통해 클린스만호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A매치 때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3월 2연전 모두 측면에 배치됐던 이재성(마인츠05)을 비롯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나상호(FC서울) 문선민(전북 현대)도 측면에 배치될 수 있다.
만약 이강인이 손흥민 대신 공격의 핵심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향후 클린스만호 공격진에는 새로운 공격 옵션이 추가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대체 불가 선수지만, 이들을 대신해 발탁된 선수들이 기회를 잡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으로선 클린스만호 공격의 핵심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할 ‘쇼타임’만 남았다.
이강인이 지난 3월 2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울산=정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