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충분히 인정하고 지지, 칭찬하자는 말씀드린 뒤 받은 의견입니다.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칭찬이 동기를 부여하고,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아내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해도 그것만이 전부일 순 없죠. 분명히 지적할 부분은 정확히,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네요. 분위기가 너무 풀리면 기강이 잡히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한 상황이나 맥락도 있겠죠. 그리고 각자 생각은 개인의 가치관, 스타일에 해당하는 것이라 제가 맞다 틀렸다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팀을 구성하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최근 리더십 연구나 조직관리, 코칭의 트렌드에 맞춰 이러면 어떨까라고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칭찬이란 무엇일까요? 칭찬은 은혜를 베푸는 것일까요? '칭찬을 아껴라, 남발하지 말라'는 의견에는 이런 바탕이 깔려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동아줄이 내려오듯 칭찬도 위에서 아래로 가려서 주는 것이다는 생각이죠. 윗분의 판단, 평가, 결정에 따라 칭찬을 해줄지 여부가 정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칭찬은 높은 사람이나 어떤 귄위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응원하고 축하하려는 여러 감정의 자연스럽고 순수한 반응에서 시작합니다. 대상에 대한 존중, 배려, 사랑을 바탕으로 긍정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칭찬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칭찬의 열매는 그래서 윗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친구, 후배도 적극적으로 따서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아부가 되는 거 아니냐고요? 진심의 종이 울리는지는 스스로 알지 않나요.
최근 방송된 '댄스가수 유랑단 (이하 유랑단)'에 이번 주제와 딱 맞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유랑단 3회차에서 김완선씨는 과거를 돌아보며 "너무 서글픈 게 나는 단 한번도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리허설 하고 나오면 내가 제일 못하고, 자신감을 가져 본적이 없어…항상 혼났다니까…주눅이 들다가 분노가 생기는 거야"라고 동료 출연진에게 말합니다.
가수 보아 역시 "나도 칭찬받고 싶은데, 성취감을 즐겨보고 싶은데 무대가 끝나면 이거 잘못됐고 저거 잘못됐고 지적만 당하니까…자존감이 떨어지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못했나"라고 고백합니다.
보아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내가 어려워서 '멋있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해요. 나는 그냥 최고였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 말 한마디면 가수라는 생명을 연명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이어갑니다.
어떻게 들리셨나요? 저는 조금 울컥했습니다. '최고 가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저 정도로 칭찬에 목말랐고 속상했구나' '어른들이 너무 심하게 대했구나' '맞아, 나도 저런 적 있었어'라는 감정과 생각이 교차됐습니다. 칭찬 대신 질책, 야단을 맞은 두 사람의 마음 속엔 자존감이 자리잡을 수 없었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칭찬의 결핍 속에 성장한 사람에겐 상처가 남습니다. 주눅들고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분노의 타이머를 작동시킨 자신들의 과거를 털어 놓는 걸 보며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분들이 당시엔 상처와 분노를 성장 자극제로 썼겠지만 지금은 트라우마로 남았네요.
이번엔 칭찬 잘하는 법입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인터뷰를 가져 왔습니다. 6월11일 경기 선발투수로 나선 프로 3년차 유망주 장재영 선수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장재영이 계획된 이닝을 잘 소화했다. 지난 경기 때 보다 더 안정적인 투구를 해줬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홍 감독 워딩엔 좋은 피드백의 요소가 다 들어 있네요. 선발이 3이닝 던지지 못했지만 그건 계획의 일부라며 어린 선수의 임무완수를 인정하고 널리 알립니다. 투구 관련, 이슈 (제구)보다 좋아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격려해준 것도 눈에 띄네요. 자신감이 필요한 선수에게 딱맞는 선물 같습니다. 지적 대신 개선의 과정과 방향, 그리고 성장을 지지하는 좋은 피드백이자 칭찬입니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는 말씀을 달고 사시던 중학교 시절 어느 선생님이 오버랩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