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간판타자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최형우(40·KIA 타이거즈)가 개인 통산 3호 번트 안타를 기록했다. 앞선 1·2호와 그 의미가 다르다.
최형우는 지난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최형우는 KIA가 5-7로 지고 있었던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임정호의 초구에 왼쪽으로 기습번트를 시도,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투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란 듯 펌블을 범한 뒤 송구도 하지 못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5월 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2회 초 타석에서 2002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번트 안타를 기록했다. 6월 11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6회 말에도 상대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해 출루까지 해냈다.
최형우는 KBO리그를 대표해온 거포다. 2021시즌까지 기록한 희생번트는 4개뿐이었다. 당시 최형우가 변칙 타격을 시도한 건 당시 타격감이 2할 대 초반 타율에 그칠 만큼 안 좋았기 때문이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서라도 출루하려고 했다.
3호 번트 안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나왔다. 최형우는 이 경기(18일 NC전) 전까지 타율 0.311(206타수 64안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9위를 지켰다. 지난 두 시즌(2021~2022)보다 훨씬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최형우는 전날(17일)까지 통산 1498타점을 기록, 이 부문 1위였던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타점 1개만 더 추가하면,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정상적인 타격으로도 출루를 노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최형우는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벤치의 사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최형우는 후속 타자들(소크라테스 브리토·이창진·변우혁)을 믿고, 출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이 상황에선 후속타 불발로 득점하지 못했지만, 9회 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 KIA는 7-7로 비겼다.
2020시즌까지 통산 타점 신기록 달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최형우는 최근 두 시즌 사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의식하고 연연하진 않는다. 내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서 민망한 것도 있고, 어차피 최정이 내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SSG 랜더스 강타자 최정은 19일 기준으로 1411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최형우보다 4살 젊다.
최형우는 “현재 내 가장 큰 목표는 후배들이 한 번이라도 더 포스트시즌(PS) 무대에 나서며, KIA가 꾸준히 강팀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18일 NC전 8회 말 시도한 기습번트에서 팀 승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엿보였다.
최형우는 20일부터 한화 3연전을 치른다. 빠르면 이 시리즈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의 1500타점 기록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