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대체 선발 투수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속은 최고 148㎞/h를 기록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첫 승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1군 선발 데뷔전인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상대는 2020년 20승과 함께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한국 무대에 돌아온 올 시즌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질주하던 라울 알칸타라였다. 두산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고, 반대로 SSG는 져도 어쩔 수 없는 경기였다.
그런데 의외로 마운드 대결이 팽팽하게 흘러갔다. 과정도 결과만큼 깔끔했던 건 아니다. 2회 1사 만루 등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막았다. 조성훈이 4이닝을 막아준 덕에 오히려 선취점을 SSG가 뽑기도 했다. 결승타는 최정이 10회 만루 홈런으로 쳤고 승리 투수는 노경은이 기록했지만, 일등공신은 단연 조성훈이었다.
2021년 군 전역 당시 받았던 기대치에 맞는 투구를 이제야 보여줬다. 2차 1라운드로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했던 조성훈은 2020년 상무 복무 때 평균자책점 2.76과 함께 최고 구속 154㎞/h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첫 해부터 과한 의욕이 어깨 염증으로 이어졌고, 지난해까지 페이스를 되찾지 못하고 부진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성훈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1년 캠프 때는 김원형 감독님도 새로 오셨을 때고 코치님들한테 상무에서 잘했던 모습을 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다"며 "이제는 내 공만 던질 수 있고 페이스를 제대로 올린다면 언제든 1군에서 던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더 지나서야 1군에서의 선발 데뷔전을 성공으로 장식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만 해도 4이닝도, 무실점도 바라지 않았다. "난 항상 대체 선발투수는 일단 상대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 3이닝 정도를 기대한다"며 "2군에서 던지던 것처럼 무실점으로 막는 게 아니라 자기가 준비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자기가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 잘하면 더 좋지만 못 던져도 뒤에 투수들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부담을 주지 않은 만큼 결과에 더 기뻐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성훈이가 프로 첫 선발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줬다.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피칭이었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구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오늘 경기의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칭찬했다.
조성훈은 경기 후 "조금은 떨리고 긴장도 됐는데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나니 긴장을 풀려서 이후에는 재밌게 한 것 같다. 이전 퓨처스 경기보다 직구 힘이 좋지 않다고 느껴 변화구 투구에 더 집중했던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포수 김민식 선배님께서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하자고 말씀해주셨다. 두산 선수들이 공격적인 성향이니, 나 역시 피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오늘은 민식 선배님의 리드를 믿고 던졌다"고 했다. 그는 "이닝이 지날수록 변화구 제구가 잘된 것 같다. 다만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으면 볼넷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카운트 싸움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