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을 먹고 죽었다”는 뉴스는 톱으로 다루어집니다. “무엇을 먹었는데 집단으로 탈이 났다”는 뉴스도 톱으로 뽑힙니다. 사람들은 이같은 뉴스를 보며 한탄을 합니다. “먹을거리 하나 안전하지 못한 세상이라니!”
독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안전한 식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품들은 국가에서 아주 엄격하게 관리를 합니다. 현대 문명 사회에서 음식 때문에 죽거나 탈이 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서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지요.
인류가 문명 동물이 된 지는 1만 년밖에 안 되었습니다. 수십만 년을 여느 동물과 비슷하게 살았습니다. 자연에서 사냥하거나 채집하여 먹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 그러니까 선대의 노하우가 후대에 전승되는 일이 없던 시대에, 무엇을 입에 넣는다는 행위는 생명을 건 도박이었습니다. 자연에는 인간이 먹으면 죽거나 탈이 나는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문명 이전의 시대에 알지 못하는 무엇을 입에 넣는다는 행위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은 문명 동물이라고 자부하지만 옛날의 그 공포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다시 강조하는데, 인간이 문명 생활을 한 지가 겨우 1만 년밖에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으려고 하고,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유통기간이 며칠 지났다고 버리고,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는 가축전염병임에도 가축전염병이 번졌다 하면 해당 가축의 고기는 안 먹습니다.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일로 보입니까?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먹을거리임이 확인된 ‘식용 벌레’를 입에 넣지 못하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깨달았습니다, 아직까지 인간은 먹을거리 공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GMO(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 인간은 공포를 느낍니다. ‘자연의 먹을거리가 아닌 인공의 변종 먹을거리’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 노벨상 수상 과학자 128명이 GMO 섭취는 안전하다는 공동성명을 내었습니다. 그들을 대표한 과학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의 이런 행동이 상황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GMO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 목표였다면, 아마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는 편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 과학자의 말처럼,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의 공동성명은 GMO에 대한 공포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제거하지 못하는 공포이면 이를 관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공포 유발 요소가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GMO 섭취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세계 여러 국가들이 GMO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를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광우병은 주로 30개월령 이상의 소에서 나타납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려고 했고, 국민은 ‘공포의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안 먹겠다고 시위를 한 것입니다. 광우병은 괴담이 아니라 공포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포 관리에 실패하였고, 그때 국민의 시위 덕분에 현재도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는 수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공포를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인데, 그게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자 할애비가 와서 설명을 해도 방사능 오염수 공포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과학적 주장과는 무관하게 한국 수산업에 핵폭탄급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집단의 공포를 관리해야 하는 역할이 정치에 주어져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공포 관리가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공포 관리와 유사해 보입니다. 국민이 느끼는 생명 위협의 공포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를 괴담이라면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어떨 때에는 윤석열 정부 그 자체가 공포로 느껴집니다. 대체 이 난리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나 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