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2년 데뷔해 연기인생 60여년을 보낸 배우 신구가 연극 ‘라스트 세션’이 마지막 공연이 될 거라 전했다. 올해 88세인 신구는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에 쏟고 죽자’라는 생각이 있다. 지금 심정은 그렇다”고 말했다. ‘라스트 세션’은 초연, 재연에 이어 세 번째 공연에 참여하는 신구의 연기 열정과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의 집에서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신구, 이상윤, 남명렬, 카이가 참석했다.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9월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2020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후 2022년 재연을 거치며 시즌 때마다 평단의 찬사와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한 작품으로 신구, 남명렬이 프로이트 역을, 이상윤, 카이가 루이스 역으로 캐스팅돼 세 번째 공연을 선보인다.
이날 현장에선 무엇보다 신구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쏟아졌는데 신구는 “작품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구는 지난해 ‘라스트 세션’ 재연 당시 급성 신부전을 겪고 시술을 받았다. 이어 “급성 신부전은 숨이 차고 어지러운 게 심해지면 뇌졸중까지 오는 증상이더라”며 “공연 끝나고 일주일간 입원했는데 지금 작품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구는 초연, 재연과의 차별점에 대해 “초연과 재연을 하면서 언제나 부족하고 미진하게 생각한 점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이번에 더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며 “대사를 재밌게, 쉽게 전달해 관객이 더 즐길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과 같이 작품을 준비하고 하는데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고맙고 오히려 내가 힘을 받는다”며 “덕분에 이 작품이 잘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신구와 무대에서 90분간 쉼 없는 치열한 논쟁을 펼칠 이상윤 또한 “초연에서는 작품이 지니는 철학에 집중했던 것 같다. 원문을 그대로 살리려 했다. 어떻게 보면 친절하지 않은 대사도 그냥 고수하면서 했다”며 “재연 때는 대사 안에 담긴 의미들을 전하려 했다. 이와 함께 상대방 반응을 고려해 관계성도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대사 안에 담긴 의미를 관객들에게 좀 더 정확히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대사를 바꾸면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윤은 세 번째 공연까지 신구와 호흡을 맞추면서 언제나 신구의 연기력에 감탄한다고 밝혔다. “늘 겸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어찌 보면 시작점을 다르게 보면서 연기할 수 있는데 언제나 나이가 어린 배우들뿐 아니라 연출부에 귀 기울여 주시는 것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어 “’라스트 세션’ 연습 시작 전에 신구 선생님의 다른 연극을 보러 갔는데 ‘아 맞지 이런 배우이시지’라는 생각과 압도당했다”며 “당연하지만 까불지 말아야겠단 마음이 들더라”라고 웃었다.
이상윤은 세 번째 공연에 참석하게 된 계기도 신구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로서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신구 선생님이랑 식사를 했는데 내가 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으시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출연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같이 한다는 걸 언제나 전제하고 있고 믿고 있으시다는 걸 알고 같이 하게 됐다”며 “매번 연습할 때마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