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3루수 노시환이 다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두루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다시 빛나고 있다. 더 단단해진 덕분이다.
노시환은 21일 기준 타율 0.322(6위) 83안타(공동 1위) 13홈런(3위) 43타점(공동 6위) 41득점(6위) 출루율 0.401(5위) 장타율 0.527(3위)을 기록 중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시상 8개 중 7개 부문에서 6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다루타는 136개로 1위다. 종합 지표인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도 노시환은 스탯티즈 기준 3.61로 독보적인 1위다. 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도 3.04로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를 바짝 쫓는 2위다. 말 그대로 완전체다.
'아름다운 성적표'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스프링캠프 동안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이동시킨 노시환은 시범경기 타율 0.471 5홈런 맹타로 최고의 시즌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즌이 석 달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그 앞에 끊임없이 숙제가 등장했다. 4월에는 타율 0.316을 기록했으나 기대했던 홈런이 2개에 그쳤다. 5월에야 대포가 터졌다. 5월 4일부터 12일까지 6경기에서 6홈런을 폭발했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을 친 후 자축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리고 다시 위기가 왔다. 홈런을 친 바로 다음 날인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8경기 43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무안타의 늪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페이스가 올라오질 않아 0.359(5월 12일 기준)까지 올라갔던 타율이 0.277(5월 27일 기준)까지 내려갔다. 이후 다시 불방망이를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다시 장타가 실종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타율이 0.407(54타수 22안타)에 달했지만, 장타는 2루타 3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노시환은 다시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전체 타자로 돌아왔다. 14일 드디어 홈런포를 터뜨린 노시환은 최근 4경기에서는 3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를 퍼 올린 후 폴로스루까지 크게 마무리하는 특유의 호쾌한 타격 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상적인 타격에 도달할 때까지 노시환이 버틴 비결은 결국 '정중동'에 있다. 무안타 기간 불운에 시달리기도 했고, 앞에 형성된 히팅 포인트가 뒤로 돌아가 장타 생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노시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가장 타격 컨디션이 좋았던 5월 초 인터뷰에서도 "시즌 초 장타가 안 나왔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장타가 안 나올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즌 막판에는 스스로 타격폼을 변경해 장타(를 치려는) 연구도 했는데 실패했다"며 "그때 '장타라는 게 내가 마음먹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자. 그러면 장타도 언젠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홈런을 친 후 홈 베이스를 밟고 있는 한화 이글스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더 이상 노시환은 '기대주'가 아니다. WAR만으로 최고의 선수를 가리진 않지만, 종합 지표 1위를 기록하는 만큼 충분히 시즌 후 수상을 노려볼 수 있다. 노시환과 같은 포지션(3루수)에 홈런·타점·득점 1위를 달리는 '레전드' 최정(SSG 랜더스)이 있다. 최정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노시환은 골든글러브는 물론 MVP(최우수선수)를 꿈꿔도 부족하지 않은 성적표다. 그가 최하위에 빠진 팀에서 수많은 숙제를 해결하며 얻고 있는 결과이기에 더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