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울산 현대 소속 선수 3명이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인종차별을 한 선수의 경우 10경기 이상 출장정지 징계를 하도록 한 연맹 규정과는 거리가 멀어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를 열고 울산 소속 박용우(30) 이명재(30) 이규성(30)에게 출장정지 1경기, 제재금 1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또 팀 매니저의 인종차별 행위 및 선수단 관리책임을 물어 울산 구단에도 3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29)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종차별로 상벌위가 열리는 게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라 징계 수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특히 연맹 상별 규정에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라는 규정이 명시돼 있어 중징계가 예상됐다.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과연 몇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상벌위는 다만 제재금은 규정을 초과하는 대신 출장정지는 10경기 이상에서 단 1경기로 크게 줄여 징계를 줬다. 출장정지가 단 1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이 특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연맹 관계자는 “징계를 결정할 때 10경기 이상 출장 정지 ‘또는’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준 모두 포함하는 게 아니라, 두 기준 가운데 한 가지 징계만 기준을 넘어서면 된다는 의미다. 선수들 모두 제재금 1000만원 이상 기준을 충족해 징계를 받은 만큼 규정에도 어긋남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적인 언행으로 인종차별을 한 게 아니라, SNS상에서 인종차별적 언급을 한 것도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 한국 축구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영국 등 해외에서 SNS 인종차별에 따른 징계 규정도 많이 참고했다는 게 연맹 측 설명이다.
상벌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울산 소속 선수들과 팀 매니저는 지난 11일 이명재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에 인종차별성 댓글을 달아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명재의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두고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동남아를 언급하거나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인종차별성 댓글을 남겨 큰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규성은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는 댓글을 적었고, 박용우와 팀 매니저는 각각 ‘사살락 폼 미쳤다’, ‘사살락 슈퍼태킁(클)’ 등 선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기가 막히네’라는 정승현의 댓글에 이명재는 ‘니(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글을 달았다.
명백한 인종차별적 대화였던 만큼 파장도 컸다. 태국 현지에서도 여러 매체가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국제 망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사살락은 물론 소속팀 부리람, 태국 대표팀 등도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이명재는 SNS 게시글을 삭제하고 댓글을 차단했다. 박용우, 이규성 등은 사과문을 올렸으나 사살락에 대한 사과가 아닌 ‘한국어’로 된 사과문에 그쳤다.
이날 상벌위에 출석한 박용우는 1시간가량 소명을 마친 뒤 “정말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심하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