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사령탑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A매치 기간 각급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 가운데 부상을 당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대표팀발 부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생겼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부름을 받은 김진수(전북 현대)는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지난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코너킥 수비 도중 이재성과 충돌하면서 광대뼈와 턱뼈 등이 부러졌다.
김진수는 “더 다 칠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다쳐 어이가 없다.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수술대에 오른 뒤 적어도 한두 달은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에도 허리 부상을 당해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던 김진수는 또다시 A매치 기간 부상을 당하게 됐다. 데뷔전을 앞둔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신임 감독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처음 A대표팀에 승선했던 안현범(제주 유나이티드)은 데뷔전에서 부상을 당해 중도 하차하는 불운까지 겪었다. 16일 페루와의 평가전에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는데, 경기 도중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 관절 염좌 판정을 받았다. 안현범도 3~4주 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 A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만큼 남기일 제주 감독의 근심도 깊어지게 됐다.
A대표팀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소집돼 중국 원정 평가전에 오른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서도 심각한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중국이 연령별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워낙 거친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 평가전 성사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특히 핵심급 선수들의 부상이라 소속팀 사령탑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포항 스틸러스 에이스 고영준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9일 중국과의 평가전 도중 상대 거친 파울에 쓰러진 뒤, 오른쪽 무릎이 또 다른 중국 선수에게 눌렸다. 중국 선수 체중이 그대로 무릎에 실리면서 오른쪽 무릎 관절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 달 정도는 오롯이 회복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영준은 이번 시즌 6골(1도움)을 넣으며 벌써 커리어하이 타이기록을 세울 정도로 팀 핵심 자원이다. 김기동 감독의 근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엄원상(울산 현대)은 중국과 평가전 1차전부터 발목 부상을 당해 홀로 조기에 귀국했다. 이번 시즌 주춤하던 흐름을 최근 제주전 골로 털어냈고, 중국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한껏 오르던 기세가 부상에 꺾였다. 또 조영욱(김천)도 중국전에서 왼쪽 어깨 아탈구로 교체됐다. 황선홍 AG 대표팀 감독은 “중국이 거칠게 나올지 몰랐다. 구단 관계자와 감독님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K리그는 오는 주말 라운드를 통해 이번 시즌 반환점(파이널 라운드 포함)을 돌며 본격적인 순위 레이스에 돌입한다. 다음 주엔 FA컵 8강도 예정돼 있다. 대표팀 차출 과정에서 나온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반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