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감독이 강원FC 사령탑 데뷔전에서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다. 최용수 감독이 물러나고 새로운 체제를 맞이한 강원은 윤 감독 데뷔전과 함께 9경기 만의 승리를 노렸지만,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해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강원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은 건 라스의 '한방'이었다.
윤정환 감독이 이끈 강원은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이정협의 시즌 첫 골이자 선제골을 지키지 못한 채 1-1로 비겼다. 최근 무승 기록은 9경기(3무 6패)로 늘었다.
이날 무승부로 강원은 승점 13(2승 7무 10패)에 머무르며 10위 수원FC(승점 19)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하위 수원 삼성(승점 9)과 격차는 4점 차. 만약 이날 승리했다면 강등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수원FC는 연패는 끊었지만 최근 8경기에서 1승 1무 6패의 부진한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최용수 감독이 경질된 뒤 급하게 강원 지휘봉을 잡아 사령탑으로 K리그에 복귀한 윤정환 감독은 데뷔전부터 입맛을 다셨다. 날카로운 공격으로 달라진 모습을 기대케 했고, 실제 선제골까지 넣으며 승리에 먼저 다가섰지만 라스의 한 방을 막아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건 윤정환 감독만이 아니었다. 지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김은중호의 4강 신화를 이끈 캡틴이자 브론즈볼 수상자 이승원도 선발로 출전해 데뷔전을 치렀다. 이승원은 날카로운 킥력은 물론 과감한 중거리 슈팅 등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쉬운 무승부에 그친 두 팀은 나란히 내달 2일 원정길에 올라 분위기 반전에 다시 도전한다. 수원FC는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각각 격돌한다.
김도균 감독이 이끈 수원FC는 라스를 필두로 김예성과 이승우, 장재웅을 2선에 두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윤빛가람과 김선민이 중원에 포진했고, 박철우와 잭슨, 김현훈, 이용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박배종이 꼈다.
강원은 이정협을 중심으로 김대원과 양현준이 좌우 측면에 서는 3-4-3 전형을 가동했다. 김진호와 한국영, 이승원, 강지훈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했고, 윤석영과 김영빈, 이웅희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유상훈. 윤 감독은 과감한 변화보다는 전임 감독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경기 시작 1분도 채 안 돼 강원이 강지훈의 크로스에 이은 이정협의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수원FC도 라스의 패스를 받은 이승우의 슈팅으로 맞섰다. 강원은 전반 7분 이승원의 코너킥을 한국영이 흘려준 뒤, 이를 김대원이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박배종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초반부터 치열하게 맞선 양 팀의 균형은 전반 25분에 깨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한국영의 크로스를 이정협이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개막전부터 부상을 당한 뒤 장기간 이탈했던 이정협은 복귀 6경기 만에 시즌 마수걸이골을 터뜨리며 윤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다.
일격을 맞은 수원FC가 먼저 교체카드를 썼다. 김예성과 장재웅이 빠지고 김규형과 오인표가 투입됐다. 그러나 교체카드에서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가 오른 강원이 거듭 기회를 잡았다.
처음 출전한 이승원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앞서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한 그는 전반 31분 중원에서 상대 공을 직접 가로챈 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센터서클 부근에서 기습적인 장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지만, 프로 데뷔전을 치른 선수 답지 않은 과감한 선택이 돋보였다.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나온 김대원의 왼발 슈팅은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전열을 재정비한 수원FC가 전반 중반을 넘어선 뒤에야 조금씩 기회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원의 단단한 수비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전반 44분 라스의 헤더를 받은 이승우의 논스톱 슈팅은 수비에 맞았다. 추가시간 아크 정면에서 찬 중거리 슈팅마저 골대를 벗어나자 이승우는 땅을 쳐야 했다.
김도균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전반 교체 투입됐던 김규형이 다시 빠지고 장신 공격수 김현을 투입했다. 김현은 지난 3월 19일 울산 현대전 이후 탈장 수술을 받은 뒤 3개월여 만에 복귀해 라스와 ‘트윈 타워’를 구축했다.
수원FC는 더욱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강원의 빈틈을 찾았다. 전반 점유율이 45%에 미치지 못했던 수원FC는 후반 첫 15분 간 점유율을 63%까지 끌어올렸다. 이승우의 드리블을 활용한 공격 전개뿐만 아니라 라스와 김현을 향한 롱패스 공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라스의 헤더가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등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윤정환 감독도 교체 카드를 통해 변화를 줬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김대원을 빼고 갈레고와 박상혁을 투입했다. 수비에 무게를 두기보다 공격수 2명을 맞교체했다. 역습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을 한방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박상혁은 투입 직후부터 역습 상황에서 문전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했지만 빗맞았다.
위기를 넘긴 수원FC가 곧장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향한 오인표의 강력한 땅볼 크로스를 라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1분 1-1로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두 팀 모두 승점 1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서로의 골문을 노렸다. 다만 두 팀 모두 마지막 마무리에 아쉬움이 남았다. 공격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골문을 위협하는데, 슈팅은 번번이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득점만큼이나 실점을 막기 위한 양 팀 수비수들의 육탄방어도 두 팀의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이유였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마지막 한 골을 위한 집중력 싸움이 이어졌다. 어느 한 팀도 수비에 무게를 두지 않고 극적인 결승골을 노렸다. 그러나 수원FC는 이승우, 김현의 슈팅이 연이어 골대를 외면했고, 강원 역시 승리를 가져올 한 방이 끝내 터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