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은 KBO리그 타자들에게서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지난 16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경기 중 SSG 최주환(35)이 1000안타를 때려냈다. 20일 대전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중에는 KIA 최형우(40)가 역대 최초 1500타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두 선수 모두 홈런으로 기록을 만들었는데, 당일 홈런볼을 주운 팬이 그대로 보유했다.
그런데 최주환은 19일 개인 SNS에 1000안타 홈런볼을 잡은 팬의 모습이 나온 중계화면을 캡처해서 게시하고, 돌려달라는 글을 남겼다. 최주환의 SNS에 대한 여론은 차가웠다. 관중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고, 권한 없이 공을 보유하고 반환을 거부하는 것처럼 표현해, 관중에 대한 초상권과 명예훼손이 우려됐다. 이후 팬이 공을 돌려주기로 했고, 선수가 사과하고 소정의 선물을 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형우는 1500타점 홈런볼을 팬이 보유한 것에 대해 "공을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주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고, 이후 팬이 KIA에 연락해 공을 전달했고, 선수가 소정의 선물을 했다고 한다.
두 선수의 사례는 결국 야구 경기 중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 공이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한다. 홈런볼은 누구의 것일까.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야구 경기 중 사용하는 공이 누구의 소유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공식 경기인 KBO리그와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사용하는 야구공은 '경기사용구'라고 한다. KBO는 경기사용구 규정에 따라 구입하여 각 구단에 공급한다(KBO 야구규약 'KBO 경기사용구 규정', KBO 리그규정 제1장 제16조, 제7장 제69조)
구단에 경기사용구가 전달된 이후에는 구단 담당자가 경기사용구의 관리 책임을 맡는다. 각 구단 경기사용구 담당자는 경기개시 1시간 전에 심판위원에게 이를 전달한다. 심판위원은 봉인해제 및 공 상태를 점검한 이후에 경기에 사용한다(KBO 리그규정 제1장 제16조, 제7장 제69조). 이러한 내용을 고려하면, 공식 경기 중 사용하는 경기사용구의 소유권은 홈구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기사용구는 경기 중 자주 교체된다. 실제 축구·농구·배구의 경우, 관중석으로 공이 넘어가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공을 회수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이러한 내용은 KBO 야구 규칙에도 나와 있다. 심판원은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최소한 2개의 예비 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경기 중 필요에 따라 수시로 홈구단에 예비 공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4.01 e). 그리고 예비공은 (i)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거나 관중석 안으로 들어갔을 경우, (ii) 공이 더러워지거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 (iii) 투수가 공의 교환을 요구했을 경우에 사용한다고 정하고 있다(4.01 e).
그런데 경기사용구가 파울이나 홈런으로 관중석 안으로 들어갔을 경우, 홈구단의 진행요원이 다쳤는지 확인할 뿐 관중이 주운 공을 수거하지 않는다. 경기 중 사용하는 공인사용구의 소유권이 홈구단에 있는 만큼,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 공을 회수해도 되는데 말이다. 이것은 홈구단이 경기사용구를 교체하면서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 공의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 공은 교체되는 만큼 주인이 없는 동산(動産)이 된다. 민법 제252조 제1항에 의해 소유의 의사로 그 공을 주워 점유한 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홈런볼은 주운 사람의 것이다.
그동안의 모든 공식 경기에서 그래온 만큼 어떤 경기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홈구단이 경기 중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 공에 대해 회수할 것임을 미리 공지했다는 등의 이례적인 사정이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홈런볼은 친 타자에게는 자랑스러운 기록이고 주운 관중에게는 특별한 추억일 것이다.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같은 만큼 분란보다는 소통과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