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흔들리던 마무리 투수 좌완 이승현(21)에게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책임감을 주면서 미래의 마무리 투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이승현은 2사 1·2루 위기를 삼구삼진으로 이겨내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믿음의 야구는 다음 경기인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계속됐다. 선발 원태인의 8이닝 2실점 호투로 3-2 1점 차 리드를 안은 채 9회를 시작한 삼성은 마무리 이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승현은 1아웃 이후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는 없었다. 이후 이승현은 폭투와 야수의 아쉬운 수비로 동점을 내줬고, 왼손 투수에게 강한 유강남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으며 패했다.
지난 2주 동안 5연패를 두 번이나 당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불펜 방화와 수비 불안, 연패 때 나온 패턴이 그대로 재현됐다.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 야수들의 실책이 나오니 투수들은 더 흔들렸다. 이날도 그랬다. 9회 1사 1·3루에서 무조건 병살을 잡아내야 한다는 젊은 야수들의 조급함이 눈에 보였고, 결국 불안정한 송구와 함께 통한의 동점으로 이어졌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21세 젊은 마무리 이승현에겐 가혹한 순간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확실한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에겐 확실한 믿음을 주며 그들을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좌완 이승현에게 그랬듯, 야수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하며 자신감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삼성은 최하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당장의 성적 내지 반등의 분위기가 필요한데, 결정적인 순간 ‘최하위’라는 중압감이 선수들을 짓누르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겐 더더욱 그럴 터. 젊은 선수들을 향한 믿음의 야구가 선수들의 부담을 더 키우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과 벤치의 냉정한 움직임이 필요한데, 아직 그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2군에서 돌아온 오재일이 27일 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회복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우규민에 이어 불펜에 힘을 실어줄 오승환이 차례로 복귀하는 것도 희망적인 소식이다. 이들에게 박진만 감독이 바라는 것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인데, 연패 중압감에 흔들리는 젊은 선수들을 이들이 잘 잡아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