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첫 출연에 부담감도 많았죠. 그런데 오디션 볼 때는 오히려 편안하게 갔던 것 같아요. 보라색 추리닝을 입고 ‘이게 나다!’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나중에 감독님께 저를 왜 뽑으셨느냐고 물으니 ‘겁이 없어 보여서’라고 하시더라구요. 하하”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이하 ‘어마그’)로 지상파 첫 주연을 맡은 이원정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출연 비하인드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어마그’는 1987년에 갇혀버린 윤해준(김동욱)과 백윤영(진기주)이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이원정은 해맑고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윤영 아버지의 과거인 1987년 ‘희섭’ 역을 맡았다. 그는 ‘희섭’을 “밝지만 내면의 슬픔이 많은 캐릭터”라고 정의 내렸다.
“희섭이는 저랑 닮은 듯 닮지 않았어요. 저는 자존감이 엄청 높은 편인데 희섭이는 높아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가 엄청 많죠. 저와 다르다고 해서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괜히 연기할 때 방해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냥 내가 희섭이고, 희섭이가 나다’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몰두했어요.”
김동욱, 진기주 등 묵직한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는 게 긴장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원정은 “제가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입니다”라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질문마다 막힘없이 대답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신예답지 않은 아우라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특히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모델 같기도 했다.
“저는 화면에 나오는 얼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더벅머리? 이런 것도 상관없어요. 배우에게 외모보단 연기가 우선이고, 연기를 1순위로 하다 보면 시청자들이 멋있게 보는 것 같아요.”
이원정이 연기한 희섭은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촬영 전 6박 7일로 전라도에 갔었다”면서 “지인의 할머니를 만나 양해를 구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녹음해 갔다. 촬영이 있는 전날이면 매일 녹음기를 틀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열정을 내비쳤다.
이원정은 자신이 맡은 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욕심도 많아 보였다. 원래 꿈이 ‘배우’였느냐고 묻자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어릴 적엔 검사, 판사, 선생님 등 꿈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배우’를 하면 모든 직업을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그 이후로 배우에 대한 꿈을 저버린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존경하는 배우는 단연 김동욱이다. 이원정은 김동욱의 연기뿐만이 아닌, 배우로서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배웠다고 한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제가 ‘이 장면에서 감정을 어떻게 녹여야 할지 고민이다’고 했더니, ‘그건 너의 장면이니까. 원정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받아줄게’라고 해주시더라”면서 “저를 배우로 인정해 주시는 느낌이 들었고, 선배님의 믿음에 응하고 싶어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온기 있는 연기를 보여준 이원정이 다음으로 도전할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다. 여기서 이원정은 대대로 정치인을 배출해 온 가문의 차남이자 비주얼과 다정함을 겸비한 이우진 역을 맡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배역을 맡았어요. 현재 촬영 중이라 스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살짝만 귀띔을 하자면 제가 맡은 이우진은 정말 치명적인 캐릭터이에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