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신인 투수 윤영철(19)이 데뷔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고 복귀전을 치렀다. 집중타를 맞고 흔들렸지만, 공 80개로 5이닝을 채운 건 고무적이다. 숙제도 확인했다.
윤영철은 지난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동점이 됐고,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윤영철은 3회까지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4회 선두 타자 김혜성부터 연속 5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팀 타선이 지원한 2점을 지키지 못했다.
고무적인 건 위기를 극복하고 마운드를 지켰다는 점이다. 4회 연속 5안타를 맞은 뒤 세 타자(이지영·신준우·김수환)을 모두 범타 처리했고, 5회도 이정후에게 2사 뒤 2루타를 내줬지만, 이원석을 삼진 처리했다.
윤영철은 지난 1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1피안타 7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뒤 가장 많은 피안타와 실점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윤영철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28일 키움전은 윤영철의 복귀전이었다. 공백기, 이전 등판 대량 실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한 가지 숙제도 확인했다. 공 배합이다. 윤영철은 디셉션(투수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탁월하다. 체인지업은 포심 패스트볼(직구) 투수 자세와 거의 흡사하다. 상대 타자가 구종을 간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체인지업 위력이 비해 슬라이더는 밋밋하다는 것. 이날 흔들렸던 4회도 슬라이더-직구 조합이 효과적으로 통하지 않아 고전했다. 김혜성과 이정후에게 모두 슬라이더를 먼저 보여주고 직구를 던졌지만 피안타로 이어졌다. 임지열과 송성문에게 맞은 안타도 슬라이더였다.
포수가 바깥으로 빠져서 앉아도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간 공이 많았다. 움직임과 낙차가 크지 않다 보니, 타자가 직구 타이밍에 스윙해도 타이밍을 빼앗지 못하고 배트 끝에 걸리는 승부가 많았다.
좌투수가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활용하는 좌투수가 많다.
이날 윤영철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429였다. 시즌 체인지업 피안타율(0.130)은 여전히 낮지만, 슬라이더는 점점 올라 0.275를 기록 중이다.
신인 투수가 정확한 직구 제구와 확실한 결정구(체인지업)를 갖춘 것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슬라이더도 조금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