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은 손아섭(35·NC 다이노스)에게 악몽 같은 하루였다. 서울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2-3으로 뒤진 9회 1사 3루에선 유격수 땅볼로 고개 숙였다. 찬스를 날린 NC는 1점 차 패배로 5연패를 당했다. 숙소로 돌아간 손아섭은 선뜻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손아섭은 배트를 집어 들었다. 그는 "몸이 너무 무겁고 타석에서 스윙이 안 돌더라. 배트가 860g이라면 900g 이상이라고 느낄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며 "5일 정도 쉬어서 그런가 싶기도 해 방에서 빠른 스윙을 50개 정도 돌렸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지난 21일 열린 창원 LG 트윈스전 6회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이튿날 경기에선 대타로 출전했고, 한동안 휴식 후 27일 두산전에 나섰다. 모처럼 소화한 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반성을 거듭했다.
손아섭이 결장한 경기에서 NC는 연패를 당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베테랑 리드오프가 빠지자, 타선의 짜임새가 헐거워졌다. 그의 27일 선발 라인업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5타수 이상 소화하면서 무안타에 그친 건 올 시즌 처음.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된 세 번째 타석을 제외하면 외야로 향한 타구가 없었다. 포수 파울 플라이, 삼진, 내야 땅볼로 아웃카운트가 쌓였다.
그는 "고참으로서 연패를 끊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중요할 때 못 치면서 연패가 길어진 거 같다. 몸이 컨트롤이 안 되다 보니까 답답해서 (맥없이 물러났던) 타석들이 계속 생각 나더라. 그래서 잠을 설쳤다"고 돌아봤다.
손아섭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28일 두산전 4회 1사 만루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책임졌다. 1루에 안착한 뒤에는 더그아웃을 향한 세리머니로 안타를 자축했다. 그는 "어쨌든 결과가 나오면서 답답했던 게 풀렸다. 그래서 제스처도 좀 컸던 거 같다"고 웃었다. 3회 볼넷과 9회 안타를 추가,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으로 5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손아섭은 자타공인 '타격 기계'이다. 통산 타율이 0.321로 3000타석 소화 기준 역대 4위에 이름을 올린다. 통산 안타가 28일 기준 2314개로 박용택(2504개)과 양준혁(2318개)에 이은 역대 3위이자 현역 선수 중 1위이다. 지난 20일에는 역대 9번째 통산 3300루타 고지를 정복하기도 했다.
손아섭의 기록 원동력은 '근성'이다. NC가 2021년 12월 4년, 최대 64억원(계약금 26억원, 총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에 그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이유다. NC 구단 관계자는 "손아섭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승부욕, 근성이 대단하다.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좋고 후배들이 잘 따르기도 한다. 왜 동료들이 인정하는지 옆에 있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