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가 안방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선스리그(VNL) 일정을 치르면서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사령탑은 태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9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 차 2차전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8-25, 18-25, 16-25)으로 완패했다. 27일 불가리아 1차전에서는 3세트를 따내는 등 20점 진입만 두 차례 해냈지만, 더 부족한 경기력으로 홈팬에 실망을 안겼다. 대표팀은 올해 VNL 10연패를 당했다. 1승, 승점 1점도 없다. 2021년부터 VNL 25연패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27경기에서 1승 26패를 당했다. 처참한 성적이다. 도쿄 올림픽 4강 진출 쾌거는 추억이 됐다.
이유는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김수지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던 선수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전력이 저하됐다. 세자르 감독은 전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만큼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지도자였다. 원래 외국 팀보다 힘과 높이는 밀렸다. 여기에 구심점이 없다 보니 연패 기간 팀 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한국 여자 배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본·중국·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일본은 이번 VNL에서 6승을 거두며 7위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자르 감독은 오해를 살만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불가리아전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술에는 문제가 없다. 아직 선수들이 국제 무대 수준에 적응하지 못했다. 훈련이 더 필요하다"라는 말로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듯한 말로 빈축을 샀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결국 감독 책임이다.
현재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넵튠스 드 낭트)과 한국 여자 대표팀을 모두 맡고 있다. 대표팀 운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도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훈련을 지휘하지 못하고, 1주 차 개최지(튀르키예)로 바로 합류했다.
이 부문에 대해서 세자르 감독은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즌 중에는 소속팀, 비시즌에는 한국 대표팀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실 라바니리 감독도 소속팀을 이끌면서 올림픽을 치렀다. 결과론으로 이 점을 꼬집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이 덧붙인 말은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화에 불만을 가져야 할 쪽은 오히려 소속팀(넵튠스 드 낭트)일 것”이라고 했다.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14위였던 세계 랭킹이 34위까지 떨어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도 가능성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겸직에 대한 시선을 소속팀 입장에서 대변한 세자르의 말이 배구팬에 곱게 들릴 리 없었다. 미디어를 통한 소통도 오해를 산다면, 내부에서 선수들과는 어떻게 교감할 지 의문이다.
세자르 감독은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도 패전에 대해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 불가리아전에서는 "성장했다"라며 근거 없는 말을 하더니, 고질적인 이 경기 뒤에는 리시브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알맹이가 없는 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모습에는 고민이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