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동점이던 8회 말, 2사 1, 2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고의 4구를 택했다. 2볼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폭투까지 나왔다. 강타자 최정에게 승부를 거는 것은 다소 모험이라고 생각한 키움은 결국 그를 고의 4구로 내보내며 다음 타자와 상대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3삼진과 땅볼로 4타수 무안타 행진 중이었던 길레르모 에레디아였다.
하지만 이 결정은 패착으로 이어졌다. 2사 만루에서 던진 하영민의 149km/h짜리 초구 직구가 존 낮은 곳을 향했고, 에레디아는 이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2루수 옆을 가르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그 사이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SSG는 7-5 역전에 성공했다. 1루 주자 최정이 3루까지 진루를 시도하다 아웃 됐지만, 점수와 분위기는 이미 SSG로 넘어갔다.
SSG는 에레디아의 역전 적시타에 힘입어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9-5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키움과의 3연전에서 우세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를 기록한 SSG는 1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를 줄이며 선두 추격에 나섰다. 경기 후 김원형 SSG 감독은 “동점 만루 상황에서 역전 적시타를 치면서 제 역할을 했다”라며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에레디아는 “좀 더 편하게, 평소와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주자가 깔려 있고 경기가 끝나가는 상황이라 압박감을 느꼈지만 더 놓칠 것 같아서 마음을 더 내려놨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전 경기(1일 키움전) 무안타와 이번 3삼진에 대해선 “144경기를 모두 이길 수 없다. 타격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5타수 1안타로 에레디아의 시즌 타율은 0.335에서 0.332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2위 서호철(NC, 0.329)과 3위 김혜성(키움, 0.325) 등의 격차는 여전해 타율 1위를 유지했다. 이 페이스라면 개인 타이틀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에레디아는 “야구 선수라면 욕심이 나는 상이지만, 시즌이 절반도 안 지났기 때문에 생각 안하려고 한다. 팀이 이기는 것과 타점을 내는 생각만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