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영화 ‘바비’ 개봉을 맞아 주연을 맡은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와 감독 그레타 거윅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는 ‘바비’ 내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많은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바비가 현실로 온다는 신선한 콘셉트가 특징이다.
재미있게도 주인공 바비 역의 마고 로비와 글로리아 역의 아메리카 페레라는 어린 시절 바비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고. 마고 로비는 “겉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때 바비보다는 진흙탕에서 노는 그런 스타일의 아이였다. 다만 친척집에 가면 바비를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며 “장난감과 인형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도구가 되지 않나 싶다. 아마 그런 인형을 통해 어른들의 생각도 이해해 보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페레라의 이유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그는 “솔직히 바비와 바비랜드는 나를 대표하는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번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 요즘은 다양한 바비 인형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면 바비를 조금 더 잘 갖고 놀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메리카 페레라의 이 같은 말은 영화 ‘바비’의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바비’의 예고편에도 나오듯 이 영화는 바비를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핑크색으로 가득한 일견 기괴한 세계에서 걸어나온 바비가 자신이 무엇이든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성장을 이룩해가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록 소재는 바비일지언정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완벽한 외모를 갖추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영화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 등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에서도 여성, 특히 여성의 주체성을 잘 표현해냈다. 거윅 감독은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바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인형이 여성을 대표하는 것처럼 취급되면서 여성에 대한 어떠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영화 ‘바비’는 바비가 그런 스테레오타입을 넘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굉장히 여러 가지 층위를 가진 작품”이라고 예고했다.
어떤 때는 시대를 앞섰고 어떤 때는 시대에서 뒤쳐졌던 바비. 바비랜드에 살고 싶은 이들도, 이제 그만 바비랜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도, 단 한 번도 바비와 친한 적이 없는 이들도 모두 환영이다. 이번 여름 ‘바비’는 모두를 ‘바비 핑크빛’으로 적실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