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100% 전력에 다가서고도 순위가 떨어졌다. ‘지키는 야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구심을 줬던 지난겨울 선택이 도마 위에 올랐다.
KIA는 3일 기준으로 30승 1무 38패를 기록, 리그 9위에 머물고 있다. 6월 셋째 주까지 6위를 지켰지만, 최근 8연승하며 상승세를 탄 한화 이글스, 우승 전력을 회복한 KT 위즈, 간판타자 이정후가 중심을 잡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에 밀렸다.
간판타자 나성범과 내야 기대주 김도영이 복귀한 뒤에도 승률은 오르지 않고 있다. 부상 재활 치료를 마친 두 선수는 나란히 지난달 23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복귀했다. 나성범은 7경기에서 타율 0.333, 김도영은 0.290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KIA는 2승 5패에 그쳤다.
이유는 명확하다.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다. 12경기에서 6점(6.05)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아도니스 메디나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퓨처스리그 등판도 없다. 방출 수순을 밟고 있다. 에이스 양현종은 제 몫을 하고 있지만, 4선발 이의리가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데뷔 뒤 최다 피안타(11개)를 기록하며 7점을 내줬던 윤영철은 이후 열흘 동안 휴식을 받고, 한차례 로테이션을 건너뛰었다.
선발진 이닝 소화가 줄어들면서, 불펜진은 부담이 커졌다. 악순환이다. KIA 마운드는 최근 2주 동안 팀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 이 기간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타선도 이 기간 팀 타율(0.220) 10위, 득점(33점) 8위에 그치며 기대한 화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KIA가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마운드다. 메디나의 대체 외국인 투수는 계약과 행정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도 후반기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그사이 국내 선수로 자리를 메워야 한다. 지난달 23일 KT전, 1일 LG 트윈스전에 오프너로 나선 황동하와 김건국은 각각 2이닝 3실점과 2와 3분의 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겨울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바꾼 선택이 자충수가 된 것 같다.
KIA는 2022시즌 후반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17개를 합작한 션 놀린과 토마스 파노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놀린은 전반기엔 부상으로 1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후반기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1점(1.90) 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로니 윌리엄스의 대체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파노니도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2022시즌 5위에 오르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KIA는 전력 강화를 노렸다. 구위가 좋은 우완 투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던 추세를 주목했고,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투수 영입에 집중했다. 놀린과 파노니는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린 기교파 좌완 투수였다. 파노니는 보류선수명단에 넣었다가, 결국 숀 앤더슨과 메디나로 외국인 투수를 구성했다.
메디나는 명확하게 실패한 영입이었다. 앤더슨도 1선발급으로 보긴 어렵다. 4월엔 잘 던졌지만, 5월 등판한 4경기에선 7점(7.71)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KIA가 놀린·파노니와 결별한 이유는 명확하다. 놀린은 내구성이 약했고, 파노니도 타순이 2번 정도 돌면 피안타율이 높아져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외국인 농사는 결과론이다. 이 전제를 고려해도,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이미 KBO리그에 적응하고, 좋은 페이스로 시즌(2022)을 마무리한 두 투수 대신 선택한 투수가 메디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