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포항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포항야구장에서 치른 59경기에서 무려 40승(1무 18패)을 거뒀다. 승률이 0.690에 이른다. 2019년(2승 4패)을 제외한 모든 시즌의 포항 시리즈를 5할 이상의 승률로 마쳤다. 포항이 삼성의 ‘약속의 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을 빼고 이 포항 시리즈를 설명할 수 없다. 영광의 순간은 대부분 이승엽 감독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선수 시절 포항에서 39경기 타율 0.362 15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 6월 3일 포항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KBO리그 최초의 40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포항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다(15개).
그러나 이제 라이언킹은 삼성에 없다. 오히려 ‘두목곰’ 적장으로 나타나 친정팀을 향해 창끝을 겨눈다. 삼성은 두산 베어스와 4~6일 포항에서 포항 시리즈를 치른다. 이승엽 감독에게도 포항이 약속의 땅인 만큼 기운이 분산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삼성에도 포항에서 좋은 기억을 가진 선수가 있다. 포수 강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강민호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중고등학교 학창시절(포철중–포철공고)을 포항에서 보낸 ‘포항 사나이’다. 프로 입단 후 포항에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87타석에 나서 타율 0.286(77타수 22안타) 5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8을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 다음으로 포항에서 홈런을 많이 때려낸 선수이기도 하다.
최근 홈런 페이스가 좋은 것도 강민호에겐 호재다. 강민호는 올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직전 경기인 2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팀을 연패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홈런 2개. 좋은 기억이 있는 포항에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민호는 포수 최다 홈런 신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 통산 313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민호는 박경완(LG) 코치가 보유한 포수 최다 홈런 314개 기록에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즌이 절반이나 남은 만큼 신기록 경신은 시간 문제지만, 강민호가 추억 깊은 포항에서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원조 ‘포항 사나이’ 강민호가 적장이 된 이승엽 감독 앞에서 포항 사나이의 위용을 뽐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