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서 강조한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의 기조는 고액 FA(자유계약) 선수에게도 예외 없었다. 지난해 11월 3일 취임식 후 정확히 8개월 만에 강인권 감독은 다시 ‘원 팀’이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감독은 “원 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말과 함께 통산 3할 베테랑 타자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NC는 이동일이었던 지난 3일 박건우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부상이 아니었기에 많은 추측이 뒤따랐고, 항명이나 태업 이야기도 오갔다. 이에 강인권 감독은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확대 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면서도 “그동안 박건우가 몸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선수의 교체 요청으로 일이 발생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말했다.
이는 강인권 감독이 지향하는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강 감독은 선수 교체에도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베테랑이라도 그에게만 편의를 봐주고 다른 선수에게 원칙을 다르게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감독의 ‘원칙’이 무조건 원 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에게 일관성이 있어야 원 팀이 유지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박건우가 이를 깨는 요청을 했고, 결국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한두 번이었다면 이렇게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교체 요청이 단발성은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강인권 감독은 박건우에게 “고참으로서 실력뿐 아니라 필요한 덕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감독이 되면서 항상 강조했던 게 (선수들이) 원 팀에서 벗어난 행동은 안 했으면 하는 거였는데, (그 부분에서) 박건우에게 아쉬움이 컸다”라고 이야기했다.
강인권 감독은 박건우의 복귀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원 팀을 강조했다. 강 감독은 “박건우가 열흘 뒤에 복귀할지 말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2군 코치들의 보고와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의사까지 묻는다는 말은 다소 의미심장했지만, 선수단의 분위기까지 살피며 원 팀으로서 함께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단은 냉정했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를 향한 믿음과 애정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FA 6년 100억원을 받는 베테랑 외야수이자 통산 3할 타자, 그리고 원 팀으로서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강인권 감독은 “박건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다. 박건우를 보고 선수의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도 많다”라면서 “박건우가 2군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더 성숙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