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8연승(6월 20일 KIA 타이거즈전~7월 1일 삼성 라이온즈전) 신바람을 내면서 중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한화의 상승세 속에 필자도 옛 추억에 잠시 빠져들었다. 한화가 8연승에 성공한 건 2005년 6월 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14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9연승을 거둔 후 무려 18년 만이라고 한다.
필자는 2004년 10월 한화 사령탑에 부임했다. 전년도 7위(승률 0.417)였던 한화는 부임 첫 시즌인 2005년 4위(승률 0.512)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어렵게 9연승을 달성했다.
당시 송진우와 정민철이 선발 자원으로 뛰었지만, 두 투수의 날카로움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다. 그때 지연규와 최영필, 차명주 등 기대하지 않은 베테랑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연규는 2004시즌 종료 후 막 코치로 부임한 상황이었다. 마무리 캠프에서 그가 배팅볼 던지는 모습을 보고 선수로 복귀할 것을 권유했다. 지연규는 처음엔 고사하다가, '은퇴 번복 후 부진하더라도 코치로 복귀시켜 주겠다'고 약속해 마음을 돌렸다.
당시 한화는 2004년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11을 올린 권준헌이 팔꿈치 수술로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연규의 복귀를 추진했는데, 그는 2005년 33경기에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최영필은 8승 8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했다. 좌완 불펜 차명주는 4승 1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5.88로 제 몫을 다했다. 공격에선 이범호와 김태균이 타점을 많이 올렸고, KBO리그 6년 차 제이 데이비스도 펄펄 날았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김인철이다. 한화는 2004년 KIA 소속으로 3경기 출장 후 방출된 김인철을 영입했다. 그는 2005년 103경기에서 타율 0.275 10홈런 39타점(통산 타율 0.238 18홈런 78타점, 1990~97년 투수 15승 22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4.56)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이어 2006년에는 괴물 신인 류현진이 입단했다. 또 구대성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등 해외 생활을 마감하고 복귀했다. 김민재는 FA(자유계약선수)로 합류했다. 덕분에 한화는 2005년보다 한 단계 높은 팀을 꾸렸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2007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8년, 11시즌 만에 다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팀 성적이 부진할 때도 한화 팬들의 응원은 열성적이었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한결같았다. 대전 홈뿐만 아니라 서울 잠실과 인천 원정 경기에도 많은 팬이 찾아주셨다. 승패와 관계 없이 열심히 응원해 주셔서 선수들에게 많은 힘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이 올 시즌 도중 지휘봉을 물려받고 염려했던 부분을 씻어내면서 8연승까지 달렸다. 구단이 좀 더 빨리 사령탑 교체를 결단했다면 결과가 얼마나 달려졌을까 싶기도 하다.
수베로 전 감독이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를 가능한 한 많이 활용했다면, 최원호 감독은 보직 구분을 통해 필승조를 좀 더 과감하고 확실하게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
마운드가 안정되면서 타선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문동주가 한 달 사이 발전은 굉장히 발전했다. 문동주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한화가 틀림 없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전에는 3~4번 타자 노시환과 채은성 앞에 주자가 있어야 기대를 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이다. 수비에서도 중계 플레이가 훨씬 간결하고 빨라졌다. 지금 모습이라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정도는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정규시즌이 이제 막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화는 5위 두산 베어스와 3경기 내외까지 승차를 좁혔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이대로라면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시즌 전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