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아리 에스터 감독이 이 같은 말로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유전’, ‘미드소마’로 호러 마스터에 등극한 아리 에스터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호아킨 피닉스)가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경험에서 출발했어요. 주인공 보의 이름도 특별히 고민하진 않았죠. 그냥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서 붙이게 됐어요. 이 영화는 제 개인적 경험에 보편성을 반영해서 만들었어요.”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는 아리 에스터 감독만의 블랙 코미디 코드가 곳곳에 녹아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이번 작품은 심리 스릴러일 수도 있고 블랙 코미디일 수도 있다. 또 호러 장르라기보단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며 “사실 전작 ‘유전’과 ‘미드소마’에도 유머러스한 부분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호러 마스터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호러 영화를 만들었으니 그렇게 이야기되는 것은 좋다”며 “커리어를 시작할 때 첫 영화에 따라 장르나 분류가 결정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호러 영화 감독으로 남는 것도 좋겠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 다음 영화는 서부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인공 보 역할은 ‘조커’로 알려진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맡았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와 유머 코드가 비슷하다며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호아킨 피닉스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좋다고 했어요. 우선 유머 코드가 잘 맞았어요. 촬영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시나리오를 줄 때 안 웃기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호아킨 피닉스는 보자마자 재밌다고 공감해 줬어요. 덕분에 촬영도 즐겁게 할 수 있었죠.”
아리 에스터 감독의 한국 영화 사랑은 유명하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졌다. 한국에 좋은 영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우물을 파듯 찾아보게 됐다고 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한국 고전 영화들을 대부분 좋아한다며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등 유명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놨다.
“김기영 감독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해요. 감독 이전에 소설가였던 이창동 감독도 좋아하죠. 미스터리하고 문학적인 부분들을 잘 활용하시더라고요. 박찬욱 감독은 가장 창의적인 분이에요. 뛰어난 작품도 많고요. 봉준호 감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감독이라고 하던데 저도 거기 동의해요. 감독 특유의 유머가 재밌기도 하고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잖아요. 특히 ‘살인의 추억’, ‘마더’는 최고의 작품이에요. ‘기생충’처럼 그걸 능가하는 작품을 매번 만들어 낸다는 게 대단해요.”
아리 에스터 감독은 장준환 감독의 2003년작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제작자로도 나선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많은 장르를 한 편의 영화로 집약시키기가 어려운데 그걸 잘 해냈고, 뛰어나서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아리 에스터 감독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음향 믹스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극장에서 관람해야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오픈마인드로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영화를 몰입해서 본다면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