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유산을 남겼대. 우리 그 유산 받자. 그 집안하고 연관되기 싫지만 보증금은 내야 하잖아. 길바닥에 나앉을 거야?”
SBS 금토드라마 ‘악귀’ 3회에서 경문(박지영)은 딸 산영(김태리)에게 시어머니 석란(예수정)이 남긴 유산을 받자고 설득한다. 버젓이 살아있는 남편을 죽었다고 거짓말할 정도로 시댁과 척지고 살았던 경문이지만, 집주인이 올린 보증금을 당장 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산영 모녀를 상대로 인상한 보증금 금액은 500만원. 4회에서 해상(오정세)이 산영에게 5000만원을 건넸을 때, 산영이 “500만원 빼고 나머지 4500만원은 돌려주겠다. 꼭 갚겠다. 잘 쓰겠다”고 말한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다.
보증금 인상분인 500만원을 낼 돈이 없어 계속해서 집주인을 피해다니는 경문과 산영. 이들의 전체 보증금은 얼마이며, 만약 두 사람이 500만원을 끝내 지불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 걸까?
‘악귀’ 제작진에 따르면 산영의 집은 전세가 아닌 월세로 설정됐다. 다만 보증금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은 설정하지 않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집주인이 올린 500만원이라는 액수로 경문과 산영이 사는 집의 대략적인 보증금을 유추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에 따르면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5%)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세든 월세든 집 계약을 갱신할 때에 집주인은 임차인에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전·월세금 보증금의 5% 이하로만 증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영의 집은 월세이기에, 집주인은 보증금과 월세 두 항목을 모두 합해 최대 5%까지 인상할 수 있다. 만약 ‘악귀’에서 산영의 집주인이 보증금으로만 인상률의 최대치인 5%를 올려달라고 한 것이라면, 산영이 살고 있는 집의 현재 보증금은 ‘1억원’이 된다.
그렇다면 만약 경문과 산영이 끝까지 집주인에게 500만원을 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부동산업계 관계자 A씨는 “임대인(집주인)은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따라 임차인에게 퇴출을 요구하고 집을 내놓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임차인이 집을 비우지 않는 경우, ‘명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은 임대료 연체, 계약 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임대인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소송의 원고는 부동산 소유 또는 점유 권한이 있는 사람, 피고는 불법으로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된다.
A씨는 “명도소송에서 임대인의 권리가 보장될 경우, 법원에서 임차인에게 등기와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래도 집을 나가지 않는다면 공무원들이 직접 집을 방문해 퇴거 집행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