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한 김민재가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 곧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6일 오전(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 “김민재는 내일(6일)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뮌헨의 의료진이 한국에 도착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전한 김민재와 뮌헨의 계약 조건은 연봉 약 1200만 유로(약 170억원), 2028년까지 5년 계약이다. 이어 뮌헨이 며칠 내에 5000만 유로(약 700억원)의 이적 허용 금액(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할 것이라 덧붙였다.
길고 긴 김민재 이적 사가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5일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 이수를 위해 충남 논산 훈련소로 입소했다. 그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를 받았다. 예술·체육요원이 된 그는 34개월 동안 선수 커리어를 이어가고,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면 병역 의무를 마친다. 그는 6일 오전 정상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모두 마친 뒤 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의 퇴소에 축구 팬들이 주목하는 건 그의 바이아웃 조항 때문이다. 김민재는 지난해 7월 SSC나폴리(이탈리아) 입단 당시 3년 계약을 맺었는데, 7월 1일부터 2주간 발동 가능한 바이아웃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아웃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돼, 김민재는 단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날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태였다.
분명 나폴리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쓴 금액과 비교하면 크지만, 그는 자신의 활약으로 바이아웃을 웃도는 몸값에 도달했다. 유럽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책정한 2022~23시즌이 끝난 뒤 김민재의 몸값은 무려 6000만 유로(약 847억원)다. 이는 나폴리 입단 당시 그의 이적료인 1805만 유로(약 254억원)를 상회한다.
기록이 증명한다. 김민재는 리그 38경기 중 35경기 나서 선발로 활약했다. 2골 2도움을 보탰으며, 팀의 33년 만에 우승을 함께했다. 나폴리가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품은 건 지난 1989~90시즌 故 디에고 마라도나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나폴리 시내는 하늘색 물결로 뒤덮였고, 현지 관중들은 연일 “KIM”을 외치며 김민재의 활약을 칭송했다. 그는 2022~23시즌에만 공식전 총 45경기 약 3878분을 소화하며 팀 내 출전 시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민재는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빛났다. 비록 AC밀란과의 8강 2차전에서는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지만, 나폴리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CL 8강 무대를 밟았다. 앞서 UCL 16강 진출에 성공하자, UEFA는 김민재와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유럽 최고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라는 호평을 남겼다. 그의 별명인 ‘괴물’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는 등, 김민재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2022~23시즌이 끝난 뒤에는 세리에 A 사무국이 선정한 최우수 수비수상을 당당히 손에 넣으며 자신의 활약을 인정받았다.
김민재에게 걸려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아웃 조항과, 그의 뛰어난 활약은 빅클럽들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먼저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 참전했다. 당초 김민재의 차기 행선지로 유력한 건 맨유였다. 맨유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라파엘 바란 외 믿음직한 수비 자원이 부족했다. 특히 후반기 두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수비진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맨유는 인수 협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적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기 힘들었고, 기존 자원 정리가 우선 과제로 꼽혔다. 하지만 방출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자연스럽게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서 밀렸다. 맨시티 역시 기존 자원 재계약은 물론, 요슈코 그바르디올 영입에 공을 기울이면서 발을 뺀 모양새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뮌헨이었다. 토마스 투헬 체제의 뮌헨은 시즌 중 수비진이 무너져 마지막까지 치열한 리그 우승 경쟁을 펼쳐야 했다. 특히 맨시티와의 UCL 8강전에서는 다요 우파메카노의 연이은 실수가 나오며 허무하게 1차전을 내줬고, 결국 이를 만회하지 못해 탈락했다. 지난달 초 독일 현지 매체는 “투헬 감독은 뮌헨 수비진의 빌드업 플레이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수비진 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마침 김민재는 뮌헨이 원한 최적의 조각이었다. 양발을 잘 쓰는 김민재는 왼쪽 수비수로도 활약, 뛰어난 전진 패스 실력을 뽐내 다재다능함을 입증했다. 마침 뮌헨에는 한때 세리에 A에서 최고 수비수로 꼽힌 마타이스 데 리흐트도 있어 이탈리아 리그를 평정한 수비수 듀오 결성 가능성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혹은 우파메카노까지 가담한 백3 형태로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뮌헨은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미 김민재는 뮌헨과 구두 합의를 마친 상태다. 남은 건 뮌헨의 바이아웃 금액 지불, 그리고 김민재의 ‘옷피셜’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