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밥상을 차려도 먹어줄 '4번 타자'가 없다. 공격이 꽉 막힌 NC 다이노스의 현주소다.
NC는 8일 기준으로 4번 타자 타율이 0.242로 KBO리그 최하위다. 리그 평균(0.282)은 물론이고 부문 9위 한화 이글스(0.260)와의 차이도 작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4번 타순 장타율(0.343)과 출루율(0.3235)도 모두 꼴찌다.
강인권 NC 감독이 가장 많이 4번 타자로 기용한 선수는 제이슨 마틴이다. 마틴은 팀이 치른 75경기 중 41경기(54.7%)에서 4번으로 선발 출전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지만 그의 4번 타순 타율이 0.257(152타수 39안타)에 그친다. 손아섭·박석민·윤형준·오영수·김성욱 등을 다양하게 실험한 강인권 감독은 최근 권희동의 4번 출전 횟수를 늘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미미하다. NC의 4번 타자 홈런이 리그 최소인 4개(평균 9개). 이마저도 마틴이 혼자서 기록했다. 타격감이 괜찮더라도 4번 타순에만 들어가면 너나 할 거 없이 페이스가 꺾인다. 타선의 짜임새가 헐거워지는 지점이다.
공교롭게도 NC는 밥상 차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통산 3000타석 소화 기준 역대 타격 랭킹 톱6 중 현역 선수는 4명. 이 중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339)를 제외한 박건우(0.324) 손아섭(0.320) 그리고 박민우(0.320)가 NC 소속이다. 최근 박건우가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강인권 감독은 손아섭·박민우·박건우를 1~3번 타자로 자주 내세웠다. 중심 타선에 찬스를 연결하는 테이블 세터(1~2번)는 물론, 3번 타순까지 자타공인 '타격 도사'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다. 손아섭이 주로 맡는 1번 타순 타율이 0.315로 리그 1위. 리드오프가 활발한 공격과 출루로 테이블 세터 역할에 충실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2번과 3번을 거쳐 4번에 찬스가 연결되더라도 해결해 줄 클러치 히터가 부족하다. NC 4번 타순의 득점권 타율도 0.268로 리그 9위. 만루 상황에선 9타수 1안타(0.111)로 꼴찌다. 찬스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4번 타순에 불이 붙지 않으니 대량 득점 횟수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그 상위권 팀들은 확실한 외국인 4번 타자(LG 트윈스 오스틴 딘,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보유했거나 외국인 타자가 부진하더라도 국내 선수들(두산 베어스 양의지·양석환)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NC는 두 가지 방법 모두 기대를 밑돌면서 순위 싸움에서 밀린다.
결국 마틴으로 시선이 쏠린다. 마틴은 지난해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오클라호마시티)에서 129경기 출전, 타율 0.285 32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체구(키 1m75㎝)가 작지만, 매트 데이비슨(32홈런·현 히로시마 도요 카프)과 함께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홈런 공동 1위에 오를 정도로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 NC에서는 전반기가 끝낼 때까지 잠잠하다. 팀 내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마틴의 반등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