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문 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22)의 포부다. 소문만 무성했던 이강인의 PSG 입단이 드디어 확정됐다.
PSG는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을 맺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22세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PSG와 계약하게 됐다”며 동행을 공표했다.
PSG의 SNS(소셜미디어)는 이강인으로 도배됐다. 이강인의 등번호 ‘19번’ 유니폼을 마킹하는 영상을 시작으로 영입을 암시하는 태극기 사진, 공식 발표 영상을 차례로 게시했다. 그 뒤로는 이강인이 가볍게 볼을 다루고 인터뷰하는 영상을 올렸다. 얼마나 이강인을 반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강인은 PSG 입단 후 첫 인터뷰에서 “나는 양쪽 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미드필더이며 경기장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나는 공을 다루는 데 능숙한 선수”라고 소개하며 “우승에 대한 욕심과 갈증이 많다. 팀 전체에 보탬이 되고 싶고,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이적은 오로지 ‘실력’으로 이룬 성과다. 이강인은 2022~23시즌 마요르카 소속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36경기에 출전해 6골 6도움을 수확했다. 앞서 네 시즌 간 올린 공격 포인트(10개) 기록을 한 시즌 만에 갈아치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라리가 등 다수 구단이 이강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2022~23시즌 직후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이 유력해 보였다. 지난 1월부터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인 아틀레티코는 이적료로 1500만 유로(214억원)에 선수 하나를 추가하는 제안을 건넸다. 그러나 마요르카 고개를 저었고, 그 사이 PSG가 접근했다. PSG는 이강인의 이적료로 2200만 유로(314억원)를 제시했다. 마요르카의 입맛을 맞추는 동시에, 이강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동안 이강인의 커리어는 ‘롤러코스터’였다. 2007년 6살에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하며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2018년 10월 17세의 나이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듬해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 발렌시아에서는 좀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강인이 2021년 레반테전에서 교체 아웃된 뒤 벤치에서 얼굴을 감싸며 좌절한 것은 발렌시아 시절 아픔을 대변한 장면이다. 발렌시아가 2021년 라리가의 Non-Eu(비유럽) 쿼터 3장을 초과하자, 이강인이 희생양이 되어 팀을 나갔다.
절치부심한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재능을 꽃피웠고, 2년 만에 ‘파리지앵(파리에 사는 사람)’이 됐다.
PSG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이다. 2011년 카타르 스포츠 엔비스트먼트가 인수한 뒤 데이비드 베컴(은퇴)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등 수많은 슈퍼스타가 PSG를 거쳤다. 프랑스 리그1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다. PSG는 리그, 쿠드 드 프랑스(FA컵) 트로페 데 샹피옹(슈퍼컵) 등 국내 대회 최다 우승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스페인에서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딱 한 차례 우승을 맛본 이강인이 PSG에서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릴 전망이다.
이강인은 “어렸을 때부터 PSG를 알고 있었다. PSG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나도 프랑스 리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매우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리그”라며 “내 목표는 항상 팀을 최대한 도와 매 경기 승리하고 최대한 많은 타이틀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요르카에서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이강인은 이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등 세계 최고 공격수들과 호흡한다. 볼 소유, 창의적인 패스가 강점인 이강인은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PSG에서 더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동료들의 마무리와 기회 창출 능력도 빼어나 이강인의 공격 포인트 적립도 이전보다 수월할 전망이다.
10일부터 프리시즌을 일정을 시작하는 PSG는 오는 21일 프랑스 리그1로 승격한 르 아브르와 친선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뛰지 않는다면, 일본에서 PSG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이 첫선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투어를 예정 중인 PSG는 25일 오사카에서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 28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격돌한다. 내달 1일에는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도쿄에서 평가전에 임한다. 7월 중에 이강인의 데뷔전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은 “PSG에 합류해 기쁘다. PSG는 세계에서 큰 클럽 중 하나이며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새로운 모험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 서포터들을 만나 경기장에서 즐거움을 선사할 날이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