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한화 이글스)이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마음가짐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달라질 수 있을까.
하주석은 지난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2022년 11월 19일 음주운전 적발 후 첫 복귀였다. 취재진 앞에 선 하주석은 "제 잘못된 행동 때문에 실망하신 분들께 사과 말씀드린다. 그동안 정말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모습, 그리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살겠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주석이 음주운전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받은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는 지난달 28일로 마무리됐다. 바로 복귀는 어려웠다. 한화는 징계 기간 하주석을 단 한 차례도 타석에 세우지 않았다. 출전이 금지된 퓨처스(2군) 공식 경기가 아니어도 독립리그나 대학교 팀 상대 연습 경기에 올릴 수 있었으나, 여론 부담이 컸다.
하주석은 이미 지난해 6월 경기 중 판정에 항의해 자신의 헬멧을 투척, 벌금 300만원과 10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논란이 가시기 전에 음주운전이 적발됐던 만큼 구단도 조심스러웠다. 복귀 전 실전 감각을 조율할 시간도 더 필요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빠른 기용을 예고하면서도 "하주석은 수비가 좋은 선수지, 타격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단 2경기지만 하주석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545 1홈런 3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한 한화가 복귀를 결정한 이유다.
물론 수비부터 시작이다. 최원호 감독은 "타이트한 상황 때 (현재 주전 유격수인) 이도윤 타석 때 대타를 쓰려면 (이후 대수비로 들어갈 수 있게) 수비가 안정적인 선수가 필요했다"며 "하주석의 출발은 대타보다는 대수비"라고 예고했다.
그래도 결국 주전 유격수가 하주석을 향한 최종 기대치다. 만약 기존의 단점까지 보완해 온 거라면 더할 나위 없다. 최원호 감독은 "김성갑 퓨처스팀 감독으로부터 연습 경기 4경기, 공식 경기 2경기를 치르는 동안 생각보다 하주석의 적응이 빨랐다고 전달받았다"며 "수비에 별 문제가 없고, 타격감이 떨어질 걸 우려했는데 잘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타격 시 몸(어깨)이 열리던 문제도 많이 수정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타율 0.272 10홈런을 기록했던 하주석은 이듬해 타율 0.258 5홈런으로 성적 하락을 경험했다. 특히 출루율이 0.346에서 0.309로 4푼 가까이 떨어졌다. 그나마도 '헬멧 사건' 징계를 마친 후 성적을 회복한 덕분이었다. 6월까지는 시즌 타율 0.213 3홈런에 불과했다.
타석에서 몸이 열렸다는 건 마음이 급했다는 의미도 된다. 기술적 문제도 있었겠으나, 팀 성적 부진과 주장 역할에 따른 부담이 조급증으로 이어졌다. 반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재조정의 시간을 보낸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