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를 통과한 심종현(케빈 심)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심종현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열린 2023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148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됐다. 그가 KBO리그 통산 328홈런을 기록한 심정수의 둘째 아들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화제였다. 2008년 은퇴 후 미국으로 이주한 심정수의 세 아들 모두 야구를 했고, 심종현은 샌디에이고대학에 진학 후 팀을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올해 대학리그(NCAA)에서 출루율(0.401)과 장타율(0.624)을 합한 OPS 1.025를 기록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5라운드는 지명 순위가 낮은 게 아니다. 그만큼 팀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유망주 재능을 최고 80·최저 20(평균 50)으로 측정하는 '20-80 스케일'에서 심종현의 파워와 타격을 각각 50과 45로 평가했다. 나무 배트로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종현의 올해 대학리그 홈런은 13개로 샌디에이고대 타자 중 최다. 송재우 위원은 "스케일 수치를 보면 (수비보다) 타격에 강점이 있고 이 정도면 (지명했을 때 실패할) 위험이 아주 높다고 보지 않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는 심종현 같은 대학 선수를 집중적으로 지명했다. 1라운드 전체 12번에 지명한 토미 트로이(스탠포드대)를 비롯해 19라운드까지 대학 선수만 호명했다. 대부분의 선수 나이가 2000~2002년생으로 심종현의 또래다. 심종현은 트로이와 기노 그루버(2라운드 전체 48순위·노스캐롤라이나대)에 이어 대학 야수 중 세 번째로 빠르게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생존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안 레반 애리조나 스카우팅 디렉터는 "(이번 드래프트에선) 정말 훌륭하고 다재다능한 대학 선수들이 많다"고 기대했다.
송재우 위원은 "마이너리그에서 빠르게 올려 (빅리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숙도 측면에서 대학 선수가 낫다고 보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걸 고려한 거 같다"며 "대학 선수는 (입단 후) 최소 3년 안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나이가 어린 고졸 선수와 비교했을 때 발전 속도를 구단에서 다르게 본다. 고졸 선수보다 나이가 서너 살 정도 많은 상태에서 입단하는 만큼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옥석을 가리는) 팀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MLB 신인 드래프트에선 지명 순번마다 권장 계약금이 책정돼 있다. 무분별한 지출을 방지하려는 장치인데 심종현이 뽑힌 전체 148순위 계약금은 42만 달러(5억4000만원)를 약간 상회한다. 계약금이 낮으면 구단이 선수를 쉽게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심종현의 권장 계약금은 트로이(504만 달러)나 그루버(178만 달러)와 비교하면 낮지만 '헐값'은 아니다. 송재우 위원은 "100만 달러(13억원) 이상을 받으면 주목을 더 받겠지만 10라운드를 넘어가면 3만 달러(3800만원) 정도만 받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42만 달러 수준이면 나쁜 편은 아니다"라며 "(다가오는 시즌에는 마이너리그) 로우 싱글A 정도로 보내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