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태로운 청소년을 도리어 위험으로 몰아넣고, 나쁜 짓만 할 것 같은 조직 폭력배가 아이들에게 도리를 가르친다.
영화 ‘흑교육’으로 연출자로 변신한 배우 가진동을 최근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만났다. 대만을 대표하는 청춘스타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절대적으로 선한 것도, 절대적으로 악한 것도 없는 묘한 현실 세계의 이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흑교육’은 고등학교 졸업식 밤 세 명의 비행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다. 성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 아이들이 10대의 마지막 밤 거리에서 받게 되는 교육이 주된 내용이다. 가진동 감독은 “교육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잖나. 학교와 가정에서 받는 교육도 있고 각각의 사회가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도 있다. ‘흑교육’ 속 아이들은 하룻밤 동안 상상하지 못 했던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화를 만들게 된 시작은 댓글이었다. 누군가 선행을 하면 우르르 가서 대단하다는 식의 댓글을 달고, 누군가 악행을 하면 또 다시 우르르 가서 욕설을 하는 경향성. 가진동 감독은 “그렇게 한 가지 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게 정말 맞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 않나요. 진짜로 좋기만 한 사람, 진짜로 나쁘기만 한 사람의 비율은 생각보다 적다고 봐요.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한 가지 일로 누군가를 평가하곤 하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이런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건 ‘흑교육’ 속 캐릭터 설정이다. 주인공인 10대 아이들은 이제 곧 성인이 된다. 잘못을 저질러도 사회에서 어느 정도 용납해 주고, 커다란 실수를 방황이라 포장해주기도 하는 게 10대다. 그 마지막 경계선에서 아이들이 받는 교육, 아니 흑교육은 서늘하고 묵직하다.
가진동 감독은 “교복을 입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의 인물들을 담고 싶었다”며 “고등학생 아이들은 교복을 벗으면 보통 성인과 똑같아 보인다.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교복 하나로 좌우되는 아이들의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에서 등장하는 경찰관과 조직 폭력배 캐릭터 역시 입체적이다. 당연히 아이들을 바른 길로 선도해야 할 경찰이 도리어 아이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트린다. 좋은 사람이라는, 혹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 대만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경찰과 조직 폭력배 사이의 유착 역시 이번 영화에서 짚고 싶었다고 한다.
“사회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접대를 하고 그런 것도 다 교육 아닐까요. 아이들이 하룻밤 동안 받게 되는 교육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어두움을 표현하고 있어요. 영화가 반면교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