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42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가 2023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4470만 파운드·약 745억원) 여왕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대로 윔블던 잔디에 드러누워 기뻐했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13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6위·튀니지)를 2-0(6-4, 6-4)으로 제압했다. 우승 상금은 약 39억원(235만 파운드)이다.
본드로우쇼바는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9년 프랑스 오픈 준우승이었다. 세계 랭킹은 42위였다.
본드로우쇼바는 생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두 번째 진출 끝에 드디어 우승 트로피에 처음 입을 맞췄다. 특히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지난해까지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우승한 기록은 2007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로 당시 31위였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세계 랭킹 40위권 선수가 우승한 것은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이 시작된 1975년 이후 올해 본드로우쇼바가 처음이다. 또 상위 32명에게 주는 시드를 받지 못하고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것도 올해 본드로우쇼바가 최초다.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시드를 받은 선수를 5번 만나 모두 이겼다.
본드로우쇼바와 자베르는 앞서 상대 전적에서 3승 3패로 팽팽했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본드로우쇼바가 웃었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1세트 게임 스코어 2-4로 끌려가다가 내리 4게임을 가져와 6-4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도 1-3으로 뒤졌으나 4-4 동점을 만들더니, 2게임을 연속적으로 잡아내며 1시간20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서 본드로우쇼바는 공격 성공 횟수에서 10-25로 뒤졌으나, 실책은 13-31로 훨씬 적었다.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2021년 도쿄올림픽 단식 은메달 등을 차지했다. 이후 왼쪽 손목 부상으로 두 차례 장기간 공백기를 가졌다. 2019년 14위까지 올랐던 그의 세계 랭킹은 오랜 공백기 탓에 올해 2월에는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후원 계약도 종료됐다.
본드로우쇼바의 팔에 새겨진 문신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No Rain, No Flowers)라는 문구는 부상으로 여러 차례 겪은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본드로우쇼바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10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반면 자베르는 통산 세 번째 오른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도 우승에 실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올해 윔블던 결승에서 아랍 국가 최초의 메이저 여자 단식 우승에 도전한 자베르는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자베르는 "수많은 부상을 이겨낸 본드로우쇼바를 축하한다"면서 "오늘의 패배는 내 커리어 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