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수를 하려면 노래를 잘 부르거나 얼굴이 잘생겨야 했다.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면서 춤을 잘 추는 사람들도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잘 생겼는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거기다 연기까지 잘하면 우리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돌은 어떨까? 요즘은 비주얼 파트, 보컬 파트, 퍼포먼스 파트 등등 자기 파트만 잘해도 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자기 파트를 넘어서서 뮤지션이라고 불릴 만한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돌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Z세대가 자기 최애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고 의외로 재능이 많은 아이돌 멤버는 누구일까?
X재국 : 최애를 고르는 기준은 뭐야?
Z연우 :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보면 서로 제각각 취향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남돌 여돌 상관없이 날카롭게 생긴 고양이상이 취향인 친구도 있고, 그 그룹의 메인댄서인 멤버들만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고, 항상 MBTI가 INFP인 멤버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어요. 저는 꾸준히 여자아이돌은 고양이상, 남자아이돌은 토끼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돌 중에 고양이상 아이돌들은 뉴진스 해린, 케플러 션샤오팅, 블랙핑크 제니가 있고 토끼상 남돌들은 BTS 정국,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제로베이스원 한유진이 있어요. 또 주변 친구들의 덕질 역사를 들여다보면 과거 최애부터 현재 최애들이 다 비슷하게 닮은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취향이 한결같은 사람들을 보고 “너 진짜 소나무 취향이다”라고 얘기를 해요. 하지만 저는 처음 봤을 때 빠져들게 되는 얼굴은 고양이상 여돌, 토끼상 남돌인 게 맞지만, 그 그룹의 다른 멤버들을 보고 제 최애가 정해지기도 해서 ‘완전 소나무 취향이다’라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정확한 건 제가 좋아한 멤버들은 대부분 그 그룹에서 인기 톱3 안에 드는 인기멤버라는 점! 물론 얼굴 말고도 다른 요소들이 취향이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메인댄서가 포지션인 멤버를 좋아할 수도 있고, 예능캐인 멤버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 인터넷에서 이런 말이 돌았는데, 실제로 자신의 이상형인 사람은 차애고, 자신과 성향이나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최애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와 MBTI가 비슷한 사람들을 최애로 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비슷한 점이 많아서 끌리는 것도 있겠지만, 영상을 많이 보다 보면 최애의 말투나 성격을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따라하게 되거든요.
X재국 : 그럼 의외로 재능이 많은 아이돌은 누가 있어?
Z연우 : 대중한테는 보컬이나 댄스, 랩 하나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다 잘하는, 그룹 내에서 올라운더 멤버들이 있어요. (여자)아이들 민니가 전형적인 예시인데요. 민니는 몽환적인 목소리로 개성이 뚜렷한 걸로 유명한데 알고 보면 춤도 수준급이고, (여자)아이들의 수록곡 ‘마이 백’(My Bag)에서도 랩을 맡아 실력이 인증됐어요. 또 민니는 무대를 할 때 그 곡에 맞는 표정연기들을 잘 표현해 직캠 보는 재미가 있는 아이돌 중 한 명이에요. 무대 위에서의 조건들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잘 치고, 수록곡 중에 ‘블로우 유어 마인드’(Blow Your Mind) 라는 곡은 민니의 자작곡이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신인인 제로베이스원의 센터 장하오도 보컬과 춤, 무대 장악력 모두 완벽해서 ‘보이즈플래닛’ 연습생 시절, 모든 마스터들에게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데뷔한 지 얼마 안됐지만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그 실력들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죠. 그리고 팬들이 좋아하는 장하오의 또 다른 재능은 바이올린인데요. 장하오는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에서 바이올린으로 사범대 음악교육과를 전공했었어요. 그래서 과거에 바이올린 켜는 영상이나 가끔 예능에 나와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면, 아이돌 장하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아이돌의 꿈을 갖고 춤, 노래를 배우기 전 다른 걸 전공했던 아이돌들을 보면 더 멋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르세라핌 허윤진도 과거에 성악을 배웠고, 2022년 SBS 가요대전에서 카즈하의 발레와 함께 같이 성악하는 모습이 공개됐을 때 팬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허윤진의 보컬은 말이 필요없고, 무대에서 퍼포먼스, 표정연기 모든 게 완벽해서 계속 보게끔 하는 매력이 있어요.
X재국 : 그럼 작사 작곡이 가능한 아이돌 멤버도 있겠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노래가 있어?
Z연우 : 모두가 알다시피,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작곡, 작사한 곡들 중에 성공한 노래들은 무수히 많죠. 최근에 나온 ‘퀸카’(Queencard), ‘누드’(Nxde), ‘톰보이’, ‘덤디덤디’ 등 늘 다르고 새로운 콘셉트로 찾아오지만 전소연의 프로듀싱 덕에 항상 (여자)아이들은 팀 색깔을 유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또 남돌 중에서 세븐틴 우지의 곡들도 현재 세븐틴의 청량하면서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우지가 쓴 가사들도 독특한데 노래 ‘손오공에서 “이 노래는 이 만화의 엔딩송이다”라는 가사는 신박하면서 손오공이라는 주제를 더 잘 살려주는 노랫말인 것 같아요.
요즘은 잘 생기고 예쁜 친구들이 아니라 재능있는 친구들이 아이돌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재능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끊이없이 노력한 덕분에 K팝은 성장했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최애가 된 것도 이유가 있고 차애가 된 것도 분명히 이유가 있다. 단순히 잘 생겼다고, 예쁘다고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