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는 전반기를 3패 20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31로 마쳤다. 여러 측면에서 이전과 달랐다. 직구 구위는 다소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 147.5㎞/h(스포츠투아이 기준)였던 그의 직구 구속은 144.9㎞/h까지 감소했다. 9이닝당 탈삼진은 지난해 8.71개에서 6.94개로 줄었다.
구위와 관계 없이 성적은 커리어 하이다. 세이브는 전반기에 이미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평균자책점도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를 지키고 있다. 행운이 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의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은 2.60(스탯티즈 기준)이다. 주자를 내보내기는 하지만, 장타 허용(피홈런 0개)이 줄면서 실점 억제에 성공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불참했던 올스타전에도 기분 좋게 참가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본지와 만난 홍건희는 "시즌 초에 비하면, 나만의 투구 방식이 정립되고 있다. 구위가 돌아올 때까지 마냥 기다렸다면 시즌이 끝나버렸을 거다. 지금 상황에 맞게 최대한 잘해보려 했는데 나름 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마무리라는 자리에 맞게 더 안정적으로 던졌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그 부분도 계속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이 끝나면 홍건희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대형 선수가 적은 이번 FA 시정에서 그는 투수 최대어로 뽑힌다. 홍건희는 "아직 시즌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페이스대로 FA를 선언할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다. FA 자격을 얻는 건 선수로서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일"이라며 웃었다.
두산 팬들에게 홍건희는 '가을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2020년 트레이드로 온 그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의 업셋을 이끌었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두산은 올해 전반기를 3위로 마치며 가을 야구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홍건희 역시 기대감이 크다. 그는 "두산에 와서 2년 연속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으니 기분 좋게 겨울을 보냈다"며 "지난해 팀이 부진한 후 겨울을 보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전에는 편하고 착실하게만 준비했다. 올해는 더 잘하고 싶은 투쟁심 같은 게 생기더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최대한 높은 곳(순위)에 올라 선수단 전체가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