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공략을 본격화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가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월등하게 저렴한 가격에 해당 제품을 샀으나, 알고 보니 정교하게 카피한 짝퉁이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제품의 정·가품을 구분하는 방법이 공유될 정도다.
넘치는 짝퉁 인증글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블루투스 헤드셋을 구매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있다. '소니'와 'JBL' 등 인기 고가 헤드셋을 둘러보던 A 씨는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해당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만원에서 5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제품들이 이곳에서는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매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A 씨는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A 씨는 "온라인 최저가여서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구매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짝퉁 가전제품을 산 후기가 쏟아져 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0일 본지가 확인한 결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제품이 가품이라는 '인증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혹해 제품을 샀다고 털어놨다. 정품처럼 정교한데 가격은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골프 장비 브랜드인 '미즈노'의 아이언세트를 구매했다는 B 씨는 "짝퉁인 것을 알면서도 배송비 4만원과 관부가세(관세+부가세)를 포함해 정가보다 70~80%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는 것이다. 그는 "로고와 홀로그램 스티커까지 정교했지만, 아이언 길이와 헤드 모양이 정품과 달랐다. 후회스럽다"고 썼다.
인증글 중에는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어렵게 환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해당 몰에서 유선 마우스를 구매했다는 C 씨는 "배송된 제품에 부품이 빠져있어 구매 페이지에 갔더니 다른 물건이 올라와 있었다"며 "판매자가 환불을 해주지 않으려고 정보 자체를 없앴다"고 했다. C 씨는 과거 검색 목록을 뒤진 끝에 판매자의 거짓 대응을 입증해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환불을 받는데 성공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가 받은 상품이 설명된 것과 다르거나 기간 내 배송되지 않으면 15일 내에 환불한다는 '환불 보증' 정책을 명시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가품 등의 유통을 막고 저작권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동원해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상표권 등을 침해했을 때 신고하면 24시간 안에 90% 이상 처리하는 등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킬레스건 ‘짝퉁’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 고삐를 쥐고 있다. 2018년 국내에 진출한 뒤 준비 기간을 가졌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국내 시장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어 배우 마동석을 첫 전속모델로 발탁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해외직구의 최대 단점 중 하나인 배송도 손질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길게는 1~2주가량 소요되던 배송일을 3~5일 내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해외직구 성장세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9612만 건에 달했고 총 액수 또한 47억2500만달러(약 5조95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공략을 본격화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싸고 빠르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90만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월 127만명과 비교하면 2년 새 128% 성장한 셈이다.
가품과 불량품 등 품질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과 불량품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2021년도 위조와 불법 복제로 악명 높은 시장'에 알리익스프레스의 이름이 오르면서 짝퉁 판매 플랫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미국은 2010년부터 매년 이 명단을 통해 가짜·위조 상품이나 불법 복제한 해적판 콘텐츠를 판매하는 외국의 온·오프라인 장터를 지정한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한국지적재산보호원과 코트라 상하이 사무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중소기업 및 중국 진출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