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나가시는 분들이 ‘우정원 아니에요?’하면 깜짝 놀라요. ‘행복배틀’ 이후로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는데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웃음)”
배우 우정원은 최근 서울 중구 순화동 일간스포츠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첫 주연작인 ‘행복배틀’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4년 드라마 ‘빅맨’을 시작으로 첫 매체 연기를 시작한 우정원은 본래 연극배우 출신이다. ‘SKY캐슬’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슈룹’ 등 묵직한 작품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저 배우 누구야?’라는 꼬리표는 우정원에게 숙제로 남았다.
그랬던 그가 ‘행복배틀’에서 첫 주연을 맡으면서 ‘우정원’이란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극중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을 한 워킹맘 황지예 역을 맡아 의문투성이 사망사건 스릴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우정원은 “감정의 폭이 큰 역할이라서 의도한 대로 카메라에 담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예는 하이니티 유치원 엄마들과 조금 결이 달라요. 화려한 엄마들 사이 외모도 평범하고 옷 색깔도 칙칙하죠. 마치 ‘시골쥐’ 같달까요?(웃음) 무엇보다 자격지심이 많은 인물이에요. 그래서 괜찮은 척하는 웃음, 소심한 눈빛 등 지예가 갖고 있는 열등감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하나하나 신중하게 대답하는 우정원을 보고 있으면 그가 ‘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졌다. 우정원은 2015년부터 3년 간 국립극단 단원이었고, 그전에는 2007년부터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립극단에서 차석단원을 맡는 등 무대 연기로는 이미 이름값이 높은 배우였다.
매체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던 우정원은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행복배틀’에서 소름 돋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오유진(박효주)의 집에 있는 USB를 손에 얻기 위해, 방문 손잡이를 거칠게 당기는 모습부터 대규모 부동산 사기극을 벌이고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행동까지 보고 있으면 괜히 등골이 서늘해진다.
우정원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잠시 수줍은 미소를 보이더니 “정제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얼굴”이라고 답했다. 우정원의 수수하면서도 개성 있는 얼굴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공연부터 시작해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행복배틀’을 통해 가장 만족스러운 역할을 맡은 것 같아요. 20대 때는 할머니 아니면 직업여성을 주로 맡았거든요. 여배우에게 할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어머니 역할은 조금 꺼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어릴 때의 경험 덕분에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뿌듯해요.”
우정원은 차기작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에서도 배우 박서준의 어린시절 어머니 역을 맡았다고 한다. ‘행복배틀’에서 보여준 짧은 쇼트커트와 달리 긴 머리로 등장한다고 하니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우정원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어떤 역할을 하든 납득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고 고개 끄덕이며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한 적이 없어요. 대사 몇 마디 없는 단역이더라도 늘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써왔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갈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