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MIP(Most Improved Player) 후보들이 많은 시즌이다. 대표 선수는 NC 다이노스 내야수 서호철이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1군 무대에서 91경기에 출전, 타율 0.191에 그쳤다. 지명 순위(2019년 2차 9라운드)를 봐도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고교 시절엔 프로 팀 입단에 실패했고, 대학에서 두각을 드러낸 뒤 간신히 NC 지명을 받았다.
서호철은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잠재력을 드러냈다. 2021년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타율 0.388을 기록하며 타격왕에 올랐다. 수비도 향상됐다. 군 복무를 마치구 복귀한 뒤 팀에 합류, 지난 시즌(2022) 백업을 맡았고, 올 시즌 꾸준히 출전 기회가 주어지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간판타자 손아섭과 함께 팀 타선 테이블세터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타율 0.333까지 찍기도 했다. 전반기 막판 고전한 NC는 반등이 절실하다. 서호철이 키를 쥐고 있다.
LG 트윈스 내야수 신민재도 ‘대주자’ 요원에서 주전 2루수로 거듭났다. 그는 주전 서건창이 컨디션 난조를 보일 때 자리를 메운 뒤 꾸준히 선발9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전까지는 재치 있는 주루로 신 스틸러 역할을 했다면, 이젠 당당하게 팀 공격에 기여하는 주전이다. 출전한 66경기에서 110타석을 소화해 타율 0.344(96타수 33안타)를 기록했다. 강점인 빠른 발로 도루도 21개나 해냈다. 김헤성(키움 히어로즈) 박찬호(KIA 타이거즈) 등 도루왕 출신 대도들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염경엽 감독의 작전 야구를 수행하는 핵심 선수가 됐다.
투수 중에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의 성장이 가장 돋보인다. 포수로 입단한 그는 2021시즌부터 1군 마운드에 섰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9경기에 등판, 3점(3.98)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전력 한 축으로 올라섰고, 올 시즌 전반기엔 6승 3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하며 에이스 박세웅과 함께 국내 선발진 강화에 힘을 보냈다. 6~7월, 시즌 초반보다 기세가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브레이크 기간 동안 심신을 재정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급 유망주들의 분전도 주목된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이미 리그 대표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국내 투수 최고 구속(160.1㎞/h)을 경신한 그는 전반기 등판한 16경기에서 6승(6패)을 거뒀고, 3점(3.47) 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한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2022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KIA 지명을 받은 좌완 최지민도 팀 셋업맨으로 올라섰다. 등판한 37경기에서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지난겨울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호주 프로야구리그에서 뛰며 실전 경험을 쌓았고, 140㎞/h대 초반이었던 빠른 공 평균 구속을 중반까지 끌어올리며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제2의 오승환’으로 기대받는 KT 위즈 우완 투수 박영현도 2년 차에 팀 불펜진 대표 선수로 올라섰다. 전반기 41경기에 등판해 홀드 16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2.23. 구속에 비해 묵직한 공 끝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올 시즌 자신감까지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