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CEO(최고경영자) 공백 기간 잠잠했던 투자 소식을 다시 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으로 내달 새로운 대표 선임을 앞두고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T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모레에 150억원을 투자한다고 23일 밝혔다.
모레는 AI를 구현·실행할 때 필요한 AI 컴파일러와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대규모 AI 클러스터 운영 솔루션을 개발한다.
KT는 지난해 AI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술력을 보유한 리벨리온에 3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KT는 국내 기술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국내 첫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AI 풀스택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숙원사업이다.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을 전체의 절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의 핵심이기도 하다.
구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AI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AI는 향후 10년 경쟁력"이라며 "우리가 세계 톱 수준이 될 수 없다면 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I 풀스택은 고객이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각종 AI 서비스를 만들 때 밑거름이 되는 경쟁력이다.
현재 AI 시장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단순한 연산을 병렬로 처리하는 데 특화한 GPU가 AI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개발 도구인 'CUDA' 없이는 AI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KT는 모레의 기술력과 KT클라우드의 인프라를 융합해 종량제 GPU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을 지난 2021년 말 선보였다.
엔비디아 외 반도체 회사의 GPU에도 동일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T 관계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다져온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AI 풀스택 글로벌 진출이라는 목표와 실행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와 한국형 AI 풀스택 구축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이미 AICC(AI고객센터)와 AI 물류 사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8000억원 이상의 누적 수주를 달성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AI 케어·AI 교육 등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2년 내 AI 사업 연 매출 1조원을 찍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초거대 AI 기술과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AI 신사업 발굴 및 서비스 고도화에 7조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이 가운데 2조원은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쓸 계획이다.
AI 사업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흥행 신기록을 쓴 콘텐츠·미디어 사업과 함께 KT의 앞날을 책임질 양대 축이다. 올해 3월 이후 대표 공백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주춤한 모습을 보이다 가까스로 불씨를 살렸다.
KT는 오는 8월 초 대표 후보 최후의 1인을 공개한 뒤 같은 달 말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이사회가 사외 후보 27명과 사내 적격자들을 심사 중이다.
이처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이어 대표 선임까지 이상 없이 완수하면 KT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4만원대를 바라보던 KT의 주가는 이달 들어 3만원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억누르던 CEO 부재 리스크가 곧 해소된다"며 "2분기는 플래그십이 없는 비수기임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