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일 눈이 즐거운 퍼포먼스로 국내 야구팬에 강한 자부심을 주고 있다.
김하성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볼넷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샌디에이고의 14-3 대승을 이끌었다. 개인 타율은 종전 0.262에서 0.268까지 끌어올렸다.
홈런 커리어 하이, 출루 한 경기 최다 기록을 번갈아 세웠다. 김하성은 1회 초 상대 선발 투수 맷 매닝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냈다. 팀이 4-3을 앞선 4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2사 1루에서 나서 바뀐 투수 메이슨 잉글러트 상대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후속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적시타에 기여했다.
8-3으로 앞선 5회, 이 경기 2번째 볼넷으 얻어내며 ‘3출루’ 경기를 완성한 김하성은 7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다섯 번째 타석에서 상대 투수 체이슨 쉬리브의 시속 145㎞/h 높은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장타를 날렸다.
이 홈런은 김하성의 MLB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지난 시즌(2022) 11개를 넘어섰다. 김하성은 전날(22) 디트로이트전 2회 초 타석에서 홈런성 타구를 쳤지만, 상대 좌익수 아킬 바두의 점프 캐치에 잡히며 홈런 1개를 도둑 맞았다. 하지만 6회 타석에서 시즌 14호 2루타를 치며 위안 삼았다. 그리고 2루타를 쳤던 쉬리브를 상대로 결국 12호 홈런까지 때려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타선이 폭발하며 9회 초 다시 타석에 나섰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깔끔한 안타를 치며 16일 필라델피아전에 이어 7경기 만에 ‘3안타’를 기록했다. 볼넷 포함 5출루. 개인 한 경기 최다 출루도 다시 썼다.
김하성은 KBO리그 대표 유격수였다. 장타력과 빠른 발을 갖춘 내야수로 가치를 높였다. 공격력이 워낙 뛰어나, 정상급인 수비력이 주목받지 못하기도 했다.
MLB 진출 첫 시즌(2021) 김하성은 빠른 공 적응에 애를 먹으며 타율 0.202·8홈런·34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백업 2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3루수르 두루 맡으며 경쟁력을 보여줬고, 지난 시즌(2022)엔 부상과 징계로 이탈한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대신 자리를 메워, 견고하면서도 화려한 수비력을 증명하며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3인)까지 올랐다.
김하성은 지난 5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두 차례나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4회 초 2사 1루에서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에 맞고 타구가 굴절되자, 역동작에서 맨손으로 포구를 시도했다. 일명 베어핸드. 공을 한 번에 잡진 못했지만, 바로 후속 동작으로 타자주자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잡아냈다. 마무리 투수 조쉬 헤이더가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9회 초, 테일러 워드의 빗맞아 회전이 걸린 타구를 순발력을 발휘해 잡아낸 송구, 간발 차이로 아웃카운트를 얻어냈다.
김하성은 올 시즌 타격에서도 빅리그 적응을 마친 모습이다. 월간 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4월 월간 타율 0.177에 그쳤지만, 5월 0.276로 올랐고, 6월은 0.291를 마크했다. 월간 개인 최다 홈런(4개)도 경신했다. 7월은 아직 일주일 더 남았지만, 타율 0.308·3홈런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유니온-트리뷴은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4위(48승 51패)까지 떨어진 팀 성적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김하성은 올 시즌 실망스럽지 않은 유일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세이버 매트릭스 수비·공격 지표,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를 두루 언급했다. 벤치 멤버에서 팀에서 가장 빼어난 선수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타선 기둥 매니 마치도, 마운드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도 김하성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김하성은 23일 기준으로 팀 내 홈런 4위(12개) 장타율 4위(0.428)에 올라 있다. 총액 2억 8000만 달러(약 3600억원)에 지난겨울 계약한 주전 유격수 젠더 보가츠(11홈런·장타율 0.401)보다 나은 성적이다.
유격수보다는 상대적으로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2루수. 김하성은 리그 주전들 중에서도 홈런 공동 9위, 장타율 11위에 올라 있다. 타율도 11위다.
마커스 세미엔(텍사스 레인저스)처럼 천문학적인 몸값(1억 7500만 달러·약 2060억원)을 받는 선수다. 브랜든 드루리(LA 에인절스)와 윗 메리필드(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니코 호너는 시카고 컵스 차기 리더, 루이스 아레에즈는 현재 타율 1위다. 아지 알비스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 오스틴 라일리와 함께 애틀란타 브레이스브 타선을 이끄는 선수다.
국내 MLB팬이라면 대부분 잘 아는 선수들과 김하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페이스면 20홈런-20도루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다. 도루는 2개만 더 추가하면 되고, 홈런은 몰아치기를 기대할 수 있다. 추신수
빅리그에서만 16시즌 동안 뛰었던 추신수도 데뷔 5번째 시즌(2009)에서야 해낸 20홈런-20도루다. 추신수는 서비스 타임 탓에 2010시즌까지 50만 달러도 못 받았다. 김하성의 계약은 2024년까지다. 현재 성장세가 이어지고, 경쟁력을 유지하면 김하성도 추신수에 버금가는 계약 성사를 기대할 수 있다. 6~7월 김하성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