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최고 수비수와 공격수의 정면충돌이 불발될까. 나란히 ‘괴물’이라는 칭호를 가진 김민재(26·바이에른 뮌헨)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의 첫 맞대결에 먹구름이 꼈다. 김민재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는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펼친다. 축구 팬들의 이 매치업에 주목한 이유는 김민재와 홀란의 커리어 첫 매치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김민재의 출전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독일 스카이스포츠는 25일 오후(한국시간)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토마스 투헬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전날 일본으로 출국한 뮌헨 선수단은 25일 낮에 입국했다. 구단 소셜 미디어(SNS)에선 김민재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투헬 감독과 조슈아 키미히가 참석했다. 키미히는 먼저 맨시티와의 아시아 투어 친선경기에 대해 “그들은 유럽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경기가 기대된다. 좋은 조건의 친선경기다. 작년에 맨시티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어 투헬 감독이 마이크를 받았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 “그의 발전이 증명한다. 그는 한 걸음씩 스텝업 했다. 뤼카 에르난데스(PSG)를 대체할 좋은 선수다. 그가 우리 팀에 오게 돼 기쁘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에게 너무 이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 뛰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축구 팬 초미의 관심사인 김민재와 홀란의 격돌에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두 선수는 2022~23시즌 최고의 방패와 창으로 활약했다. 둘 다 2022년 7월 나란히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적응기가 무색한 활약을 펼치며 리그를 지배했다.
먼저 SSC나폴리(이탈리아)에 입단한 김민재는 유럽 5대 리그라 불리는 세리에 A 무대를 밟았다.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튀르키예 리그에서 1년 활약한 뒤 곧바로 스텝업에 성공했다. 처음 현지 팬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특히 담배 브랜드인 ‘KIM’을 인용, “김민재, 세 갑에 10유로(1만4000원)”라는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재는 실력으로 주위 우려를 씻었다. 입단 2개월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고, 매 경기 돋보이는 수비를 펼쳤다. 일찌감치 리그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한 나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선 구단 역사상 최초로 8강 무대를 밟았다. 시즌 중 UEFA는 김민재에 대해 ‘유럽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고, 그의 별명인 ‘괴물’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비록 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민재는 UCL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 수비를 펼쳤다.
김민재의 맹활약은 리그에서 이어졌다. 나폴리는 33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재는 2022~23시즌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시즌의 방점을 찍었다. 이후 그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을 대표하는 뮌헨에 입단하며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뮌헨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이적료인 5000만 유로(710억원)를 투자했다.
김민재가 2022~23시즌 최고의 방패였다면, 홀란은 최고의 창이었다. 2022년 7월 EPL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홀란은 차세대 ‘메날두(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버금가는 득점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몸싸움이 거칠기로 소문난 EPL에서 통할지 우려가 공존했다. 그러나 홀란 역시 적응기 없이 맹활약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홀란은 2022~23시즌 공식전 53경기 52골을 터뜨렸다. 어떤 수비수도 그를 억제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 고민을 해결한 맨시티는 2022~23시즌 고대하던 UEFA UCL 우승을 거머쥐었다. 구단 최초의 유로피언 트레블(3관왕)에도 성공했다.
홀란은 뮌헨을 상대로도 펄펄 날았다. 맨시티는 2022~23 UCL 8강에서 뮌헨과 만났는데, 홀란은 1·2차전 합계 2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4강을 이끌었다. 뮌헨의 수비진 마타이스 데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는 홀란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시선은 김민재-데 리흐트로 향했다. 앞서 김민재가 뮌헨에 입성하자, 현지 매체와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그가 뮌헨의 새로운 백4로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파트너’로 유력한 데 리흐트 역시 지난 23일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 뒤 가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대단한 자질을 갖췄다. 나 역시 그가 팀에 와서 행복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합류 시점이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7월 초에야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김민재는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투헬 감독의 공언대로라면 김민재의 출전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