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고 싶다. 미치도록 구하고 싶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달에 홀로 떨어진 대한민국 우주인을 반드시 구하고 싶은 갈망을 불어넣는다.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비주얼로.
2029년. 대한민국 달 탐사선 우리호가 달을 향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주연합에서 제외된 대한민국은 자체적으로 만든 달 탐사선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한다. 하지만 태양 흑점 폭발로 강렬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쳐 황선우 대원만 홀로 우주에 남겨진다.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5년 전, 달 탐사선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책임을 지고 떠났던 전임 나로 우주센터장 김재국이 합류한다. 그의 힘만으론 황선우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는 역부족이다. 재국은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쉽지 않다. 달을 놓고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 과연 선우는 지구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더 문’은 ‘신과함께’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 최고 VFX회사 덱스터스튜디오 설립자 답게, ‘더 문’에는 한국의 최첨단 영화 기술이 집약돼 있다. ‘마션’ ‘그래비티’ 등 할리우드 우주영화에 비교해 손색이 없다. 이제 드디어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할 만하다.
‘더 문’의 우주는 쨍하다. 빛이 쨍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둠의 묘사다. 우주의 암흑을, 쨍할 정도로 명징하게 만들어 빛을 더 선명하게 했다. 4K로 촬영한 덕인지, 우주가 섬세하고 선명하고 쨍하게 시네마틱하다. 실제가 아니지만 더 실제 같다. 이 우주를 만끽하고 싶으면 IMAX 같은 대형 스크린을 추천한다.
이 허구를 더 실제처럼 만든 건, 소리다. 우주선 안과 밖의 소리가 다르다. 질감이 다르다. 음향과 무전이 엇갈리고, 음악이 더해지는데, 돌비 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관람을 추천한다. 감정과 긴장과 이입이, 소리로 전혀 다른 체험을 줄 듯 하다.
우주선과 달착륙선, 월면자동차 등의 세트와 소품은 실제 같다. 우주 유영, 우주선 내에서 둥둥 떠다니는 무중력 묘사, 달과 달의 중력 묘사 등은 아주 좋다. 할리우드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디지털배우라고 할 수 있는 드론도 좋다. 달에 홀로 남겨진 지구인과 교감하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비주얼이 좋다고 해도, 서사가 빈약하면 남의 이야기인 법. ‘더 문’은 달에 홀로 남겨진 황선우를 구하려 한다는 단순한 플롯을 시종일관 밀어붙여 마침내 간절하게 그의 구원을 바라게 한다. 이 전개가 좋다. 위기가 쌓이지만, 이 위기를 각자가 하나의 목표를 놓고 간절하게 헤쳐 나간다. 재국은 재국대로 간절하게, 선우는 선우대로 절박하게, 문영은 문영대로 절절하게. 이 감정들이 영화 말미에 합쳐질 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구하고 싶다. 간절히 구하고 싶다. 선우를 구해 나도 구원받고 싶다. 그렇게 만든다.
감정을 크게 움직이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용화 감독은, 이번에는 오히려 절제했다. 간절함들이 쌓이고 포개 지도록만 이끌었다. 이 쌓인 감정들에 동의 되지 않으면, ‘더 문’은 그저 볼거리다. 이 감정들에 동의 되면, 꼭 구하고 싶어 질 테다. 그래서 나도 구해지고, 용서받고, 사랑받고 싶을 테다.
재국 역을 연기한 설경구는, 간절하다. 간절하게 구해지고 싶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설경구의 눈에 깊이 공감할 것 같다. 문영 역의 김희애는 멋있다. 멋있게 감정을 울린다. 선우 역의 도경수는 구하고 싶다. 그의 사슴 같은 눈을 보면 어떻게 든 구하고 싶다. 도경수는 영화의 대부분 홀로 있다. 그는 이제 홀로 서사를 책임질 배우가 됐다.
김용화 감독은 저승을 가서 사람을 구해 오더니, 이번에는 달에 간 사람을 구해 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언제나 이승은, 지구는, 은원과 이해가 얽히고설켜 있지만, 결국 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이다. ‘더 문’의 지구는 그래서 차갑지만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