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IA 타이거즈 '2년 차' 내야수 김도영이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한 문구가 야구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는 7월 중순,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은 모습의 셀피와 함께 '그런 날 있잖아. 손에 우산은 있지만 비를 맞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싶은...그런 날'이라는 글을 올렸다.
스무 살 젊은 선수의 '새벽' 감성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이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번졌다. 다른 프로 야구단과 운영 기구(KBO)까지 소속 선수나 이벤트 관련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그런 날 있잖아'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기업·방송사까지 활용했다.
KIA 구단은 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다. 팀 전용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해당 포스팅의 사진과 문구가 새겨진 '그런 날' 티셔츠를 제작, 사흘(18~20일) 동안 판매했다. 이 기간 약 1400장이 팔렸다고 한다.
티셔츠가 제작돼 신드롬을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였던 댄 스트레일리가 팀 포수 김준태(현 KT 위즈)가 방송 중계 화면에 잡힌 장면을 새긴 티셔츠를 직접 제작해 선수단에 선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백네트 부근 광고판에 새겨진 '충분하다'라는 문구 중 뒤에 세 글자만 프레임에 잡힌 채 김준태 뒤에 노출돼, 일명 '분하다 티셔츠'로 통했다. 롯데팬 요청에 공식 판매되기도 했다.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상품 출시로 야구팬은 콘텐츠를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았다.
스포츠단과 기업 사이 스폰서십 체결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단은 선수 유니폼과 장비, 전광판과 광고판이라는 매체를 제공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노출한다. 그게 일반적인 스포츠 마케팅이다.
인기가 많은 스포츠단, 성적이 좋은 스포츠단이 매체로서의 가치가 높다. 정작 과거 스포츠단은 그저 경기력과 스타에 기대 팀 가치가 오르길 기다렸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뒤엔 달라졌다. 자체적으로 스포츠단을 알릴 경로가 많아졌다. KBO리그 소속 10개 구단도 모두 자체 동영상·SNS 채널을 두고 선수단의 작은 소식까지 알린다.
'그런날 티셔츠' 상품화는 의미 있다. 야구단이 팬들 사이 관심사와 화제를 주시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쌍방형’ 소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야구의 매력이 잠재 고객(팬)에게 소구 하려면, 경기 외적인 화제성도 중요하다. KIA는 밈으로 퍼진 젊은 선수의 감성 문구를 놓치지 않고 재기 있는 이벤트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스타 마케팅으로 연결됐다. 김도영은 '그런 날' 밈의 창시자로 스포츠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티셔츠 판매도 이를 지원했다. 지난 21일 KIA 홈구장(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2층에 자리잡은 포토카드 자판기에는 김도영의 카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KBO리그는 전반기 441만 관중을 동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대를 회복, 다시 한번 800만 관중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재도약 호기에 구단들이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에 힘을 써야 한다. 선수와 구단을 향한 팬의 바람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